문화재청 산하 한국문화재재단은 유튜브 문화유산채널에 ‘극한직업’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한국 전통문화 창달에 기여하고 있는 ‘극도로 한국적인 직업’을 소개하는 코너다. 이 중 고(古)천문학자와 수중 발굴 조사원에 얽힌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봤다.
○교과서 속 ‘천문의기’가 눈앞에
고천문학자는 과거에 일어난 천문현상이나 조상들의 천문학 연구 방식 등을 탐구하는 직업이다. 김상혁 한국천문연구원 고천문연구센터장(50)은 천문우주학 석사 과정에 들어간 1998년부터 고천문학 연구에 몸담았다. 당시 석사 지도교수였던 이용삼 충북대 교수가 세종대왕 때 천문 관측기구인 간의(簡儀) 연구 등에 매달린 영향이 컸다. 두 사람은 이후 천문의기(天文義器·옛 천체 관측기기) 복원에 나섰다.
김 센터장의 천문의기 복원 작업은 정사(正史)를 살피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조선시대 천문의기는 대부분 왕실에서 사용됐다. 이와 관련된 눈에 띄는 인물이 있으면 역사기록을 통해 그의 가계와 교우관계, 사회상 등을 광범위하게 알아본다. 동아시아 등 주변국에 대한 자료조사도 기본. 한자, 일본어, 아랍어로 쓰인 옛 문헌은 관련 분야 학자와 함께 연구한다. 이후 여러 문헌을 토대로 천문의기 설계도면을 만들고 시제품을 만든다.
최근 그가 복원한 건 조선시대 자동 물시계인 흠경각루(欽敬閣漏)다. 총 6년에 걸친 연구 끝에 2019년 복원한 흠경각루는 세종시대 제작된 자격루와 쌍벽을 이루는 물시계다. 김 센터장은 “흠경각루는 장영실이 세종을 위해 천상(天上)의 세계를 표현한 ‘천상 시계’”라며 “당시로선 최첨단 기계장치가 가미된 조선 최고의 시계”라고 강조했다.
학생 시절 교과서에서 과학기기의 명칭만 접하는 게 아쉬웠다는 그는 “최근 천문의기 복원이 진행되며 국민들이 우리의 과학기술사를 직접 살펴볼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아직까진 연구 성과가 조선 초기에 몰려 있는 만큼 문헌에만 전하는 중후기 천문의기에 대한 실체 규명에도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바닷속 영롱한 빛깔의 고려청자
고고학 연구에 따르면 동아시아에선 선사시대부터 해상 교류가 이뤄졌다. 고대, 중세에 이르기까지 각종 물건을 실어 나르다 침몰한 배들이 여럿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최근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를 주축으로 문화재 당국이 수중 발굴에 인력과 자원을 동원하는 이유다.
노경정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수중발굴과 학예연구사(40)는 학부에서 고고학을 전공했다. 노 연구사는 2007년 연구소 입사 후 잠수와 수중 촬영, 탐색 등을 배웠다. “물은 마시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는 그는 옛 시대상을 온전히 갖고 있는 침몰선이 타임캡슐과 같다는 생각에 수중 발굴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같은 해 10월 그는 충남 태안군 대섬에서 도자기가 보인다는 어민 제보를 받고 현장에 처음 투입됐다. 그때 푸른 바닷속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고려청자와 목간을 봤다. 노 연구사는 “그 광경이 숨이 막힐 정도로 놀라워 호흡기를 놓칠 뻔했다”고 한다. 물속에서 2만5000점의 도자기를 걷어내자 이를 운반한 당시 선원의 인골이 드러나기도 했다.
보통 수중 발굴은 기후와 수온을 감안해 매년 4∼10월에 진행한다. 지난해 12, 13세기 중국 남송(南宋) 무역선의 대형 닻돌이 발견된 제주 신창리 수중 발굴의 경우 올해는 4∼6월에 실시되고 있다. 2019년 시작된 신창리 수중 발굴은 내년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올 7월에는 2011년 도굴범 검거를 계기로 시작된 전남 진도 명량대첩로 해역 발굴이 이뤄진다. 이곳은 고려시대 전남 강진에서 생산된 고급 청자를 개경으로 운송하는 루트로, 명량해전이 발발한 울돌목과 가까워 청자, 총통, 돌 포탄 등이 함께 발견되고 있다.
노 연구사는 “우리가 바다에서 발굴하는 흔적은 어찌 보면 당시 사람들에게는 큰 불행이었겠지만 이로 인해 밝혀지지 않은 과거를 후세에 전달할 수 있다”며 “수중 발굴을 통해 새로운 역사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