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26.3도로 올해 첫 열대야를 기록했다. 지난해(8월 4일)보다 23일 빠르다. 올해 폭염은 앞으로 더 강해진다. 20일 전후에는 뜨거운 공기가 한반도 상공을 뒤덮는 ‘열돔(Heat Dome)’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기상청 예보가 나왔다.
기상청은 13일 브리핑을 열고 “19일 이후 한반도 대기의 하층과 상층이 모두 뜨거운 열기로 덮이는, 열돔 형태의 폭염이 찾아올 전망”이라고 밝혔다. 지금 폭염보다 더 강한 폭염이 찾아온다는 얘기다. 18일과 19일경 전국에 한 차례 비가 내린 뒤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를 완전히 덮을 정도로 확장되면 올해 장마도 종료 수순에 들어갈 전망이다.
● 북태평양-티베트 고기압 이중효과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한반도 남서쪽 5㎞ 상공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남동쪽 10㎞ 상공에는 티베트 고기압이 뻗어와 있다. 이 두 기압은 앞으로 커지면서 20일경 한반도 상공에서 겹쳐지는 ‘커플링’ 상태가 만들어질 전망이다. 대기 하층에 온난습윤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그 위에 고온건조한 티베트 고기압이 겹쳐지는 것이다.
이렇게 커다란 고기압들이 한반도를 덮는 모양새가 되면 대기 중에는 하강기류가 작동한다. 햇빛에 달아오른 지표면에서 빠져나온 열이 위로 날아가지 못하고 지상으로 다시 내려가는 것이다. 이렇게 대기 중 공기가 갇힌 상황에서 계속 뜨거워지는 현상을 열돔 현상이라 부른다.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과 캐나다가 6월부터 겪고 있는 이례적인 폭염도 이 열돔 현상이 원인이다.
장맛비를 내리는 정체전선(장마전선)은 당분간 한반도에서 힘을 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현재 장마전선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서로 나뉜 상태라고 설명했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서쪽으로 갈라진 장마전선은 현재 중국 베이징(北京)과 쓰촨(四川)성에 강한 비를 내리고 있고, 동쪽 장마전선은 일본 남쪽으로 내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를 완전히 덮을 경우 장마 종료를 선언하는데, 19일 경 올해 장마가 끝날 것으로 보인다.
●‘열돔 현상’ 토양수분-지속성이 관건
7월 하순 강한 폭염이 예고됨에 따라 이번 더위가 역대 최악의 폭염을 기록했던 2018년과 비슷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2018년에는 장마가 평년보다 약 보름 빠른 7월 11일 종료됐고,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이 크게 확장해 한반도를 덮었다. 당시 폭염이 7월 중순부터 8월 하순까지 이어지면서 전국 평균 폭염일수 31.4일, 열대야 일수 17.7일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일 최고기온은 강원 홍천이 41도, 서울도 39.6도까지 올라갔다.
기상청은 “기압계 배치 자체는 2018년과 비슷한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열기가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지 여부에 대해서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대기가 정체되는 것을 흔히 ‘블로킹’이라고 설명하는데, 이 현상이 언제 사라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최근 지구 곳곳에서 대기가 순환되지 않고 정체되는 현상들이 자꾸 발생하고 있다”라며 “그 결과 지역에 따라 폭염과 집중호우가 집중되고 오래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계속 확장해 한반도 위에 자리를 잡으면 폭염이 상당히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현재 토양 내 수분이 많은 상태라 2018년도와 같은 심각한 폭염이 올지 여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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