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자문기구서 ‘등재 반려’ 권고
통상 신청 철회뒤 차기 노리지만
이번엔 미비점 보완해 외교전 나서
지자체 협조로 두달 뒤 등재 성공
지난달 26일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자 문화재계에선 “예상치 못한 결과”라는 반응이 나왔다. 앞서 올해 5월 유네스코 자문·심사기구인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으로부터 ‘등재 반려’ 권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통상 자문기구의 반려 권고를 받으면 해당국은 세계유산위원회 총회 전 등재 신청을 철회한 후 다음 기회를 노린다. 우리 정부는 2015년 1월 ‘한국의 서원’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신청서를 냈지만 반려 권고를 받고 중간에 신청을 철회한 전례가 있다. 당시 미비점을 보완한 뒤 재신청을 거쳐 2019년 7월 등재에 성공했다.
정부가 이번에 신청을 철회하지 않고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할 수 있었던 건 짧은 기간 속도전으로 진행한 외교전에 힘입은 바가 컸다. IUCN이 반려를 권고한 이유 중 하나는 등재 신청 구역이 좁다는 것. 정부는 서천, 고창, 신안, 보성-순천 갯벌 등 5개 지방자치단체에 걸친 4개 갯벌에 한해 등재를 신청했다. 이에 정부는 올 5월 말부터 갯벌이 있는 전국 지자체를 돌며 유산 구역 확대에 나섰다. 일부 지자체는 “세계자연유산 구역으로 묶이면 지역개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참여를 주저했다. 그러나 상당수는 관광객 유치에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협조 의사를 밝혔다.
정부는 인천 영종도 갯벌, 무안 갯벌 등 9개 갯벌을 관리하는 8개 지자체로부터 받은 협조 공문을 앞세워 세계유산위원회의 21개 위원국 설득에 나섰다. 주유네스코 한국대표부를 중심으로 “2025년까지 9개 갯벌을 습지보호구역으로 추가 지정하는 등 갯벌 보호체계를 갖출 테니 먼저 신청한 5개 갯벌이 우선 등재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한 것. 위원국 중 하나인 키르기스스탄을 설득해 세계유산위원회에 수정 결정문을 발의하도록 했다.
막바지에는 국무총리 명의의 서한을 위원국들에 보냈다. 한국은 갯벌 이전에 석굴암·불국사 등 14개의 세계유산을 등재시켰지만 총리 서한을 보낸 건 처음이었다. 결국 한국의 갯벌은 이례적으로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등재됐다. 여성희 문화재청 세계유산정책과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원국 관계자들을 만날 수 없어 등재가 불가능할 것이라고들 했지만 화상회의 등을 통해 설득을 이끌어내 기쁘다”며 “올 1월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서를 제출한 가야고분군도 내년에 등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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