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구박물관 ‘실로 짠 그림…’전
바닥 찬기 막고 집안 장식 기능
18세기 온돌 보급되면서 사라져
실물 10점 공개… 10월 10일까지
조선 인조 때 형조판서를 지낸 조경(1586∼1669)의 초상화에는 관복을 갖춰 입은 그의 모습보다 더 눈길을 끄는 물건이 하나 있다. 그의 발밑에 깔린 조선시대 카펫 ‘모담(毛담)’이다. 붉은색 배경에 하얀 꽃과 초록색 팔각무늬가 화려하게 그려져 있다. 모담은 근엄한 인물초상과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이 그림은 최근 개최된 국립대구박물관의 ‘실로 짠 그림―조선의 카펫, 모담’ 특별전에서 볼 수 있다. 주로 양털이나 염소털로 만든 실과 면실을 엮어 짜는 모담은 바닥의 찬기를 막아주고 집 안을 장식하는 기능을 했다. 직조 시 가로실(씨실)에 색깔이 있는 실을 사용해 다양한 색채와 무늬를 표현했다. 일종의 사치품이었던 모담은 현재 국내에 남아있는 실물이 거의 없다. 18세기부터 온돌이 널리 보급되면서 바닥에 모담을 깔 필요가 없어져서다. 박물관은 개인 수집가가 일본에서 구입한 모담 실물 10점을 확보해 사진 및 그림 20여 점과 함께 전시했다.
전시 유물 중 조선 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나비와 박쥐무늬 모담’도 눈길을 끈다. 누런색 바탕에 회색 및 흑갈색의 박쥐 다섯 마리가 가운데 원 무늬를 둘러싸고 있다. 박쥐 위아래로는 회색, 흑갈색, 빨간색이 어우러진 나비 한 쌍이 마주 보고 있다. 복을 상징하는 나비와 박쥐를 통해 가정의 안녕을 기원한 것이다.
모담은 17세기 조선통신사를 통해 일본열도에 전해졌다. 당시 일본에서 ‘조선철’(朝鮮綴·조선의 직물)로 불리며 매년 7월 교토에서 열리는 ‘기온 마쓰리’ 축제에 사용되는 수레를 장식하는 데 쓰였다. 19세기 일본 측의 요청에 따라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다섯 마리 학과 꽃무늬 모담’도 전시돼 있다.
조선시대 모담은 문헌이나 초상화에서만 찾아볼 수 있을 뿐 국내에 남아있는 실물이 거의 없어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에 전시된 모담 10점도 제작연도와 제작자가 확실하지 않다. 민보라 국립대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모담 무늬에 쓰인 간결한 선과 색감, 면의 분할과 비례감은 현대의 디자인 감각과도 통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0월 10일까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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