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에 ‘미니멀리즘 거장’ 오른 화가 에레라 별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6일 03시 00분


“언젠가 버스는 온다… 난 100년 가까이 기다렸다”

카르멘 에레라의 2017년 작품 ‘에킬리브리오(Equilibrio)’. 뉴욕현대미술관 제공
카르멘 에레라의 2017년 작품 ‘에킬리브리오(Equilibrio)’. 뉴욕현대미술관 제공
극단적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며 거장으로 인정받은 쿠바 출신 화가 카르멘 에레라(사진)가 별세했다. 향년 107세. 미국 뉴욕타임스는 그가 12일(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14일 보도했다.

쿠바 아바나에서 태어난 고인은 유년 시절 프랑스 파리와 독일 베를린 등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아바나에서 대학을 다니며 건축학을 전공했고, 교수였던 남편을 만나 1939년 미국 뉴욕으로 이주했다. 1948년부터 파리에서 활동하며 유명 갤러리인 살롱 데 레알리테 누벨에 작품을 전시해 작가로 인정받았다.

1954년 뉴욕에 정착했지만 89세까지 한 작품도 팔지 못했다. 흑백의 조합, 단순한 기하학 구조를 사용해 미니멀리즘을 선보였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2004년 중남미 출신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뉴욕 프레데리코 세베 갤러리 전시가 분기점이 됐다. 평론가들은 기하학적 미니멀리즘을 다룬 에레라의 작품이 예술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에레라는 이 전시에서 작품을 처음 판매했다. 그의 작품은 현재 뉴욕 현대미술관(MoMA)과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 등에 전시돼 있다. 2009년 5만 달러(약 6000만 원)였던 작품 값은 2014년 16만 달러(약 1억9000만 원)로 뛰었다. 고인은 생전 인터뷰에서 “버스를 기다리면 언젠가 버스가 온다는 말처럼 결국 시간의 문제다. 난 100년 가까이 기다렸다”고 말했다.

#화가 에레라#미니멀리즘 거장#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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