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화가 고 윤중식 화백(1913∼2012)의 유족이 11일 서울 성북구 성북구립미술관에 고인의 작품과 자료 500점을 기증했다. 고인은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유영국과 함께 2세대 서양화가로 꼽힌다.
평양 출신인 그는 6·25전쟁 때 월남했다. 피란길에 아내, 큰딸과 헤어지고 젖먹이였던 작은딸을 잃은 그는 장남 손을 붙잡고 부산에 도착했다. 장남 윤대경 씨(75)는 “당시 부산에 먼저 와 있었던 이중섭 선생이 자신의 집에 머물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고인은 이중섭과 일본 제국미술학교를 함께 다녔고 1943년 평양에서 이중섭, 김병기 등과 6인전을 열었다.
1954년 서울로 올라온 고인은 1963년부터 성북구에서 살았다. 그의 성북구 자택은 2013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윤 씨는 “아버지가 성북구의 석양과 산새를 참 좋아하셨다”며 “성북구를 새로운 고향으로 생각해 돌아가실 때까지 이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인은 농촌이나 전원과 같은 목가적 풍경을 강렬한 색채로 그렸다. 그의 작품에는 지난 시절과 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향수가 담겨 있다. 성북구립미술관 기증작에는 ‘아침’(1987년) ‘석양’(2005년) 등 주요 유화 71점과 피란길을 기록한 드로잉 28점이 포함됐다.
성북구립미술관은 30일부터 7월 3일까지 윤중식 10주기 추모전 ‘회향 懷鄕’을 연다. 40여 점의 유화와 드로잉, 구아슈(gouache·불투명 수채) 등 총 1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어 올 하반기에는 고인과 생전에 친분을 맺은 당대 화가들을 함께 다룬 기획전 ‘화가의 벗’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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