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극 ‘스트레인지 뷰티’ 개막
한국 벨기에 이탈리아 등서 모인 배우-무용수-다큐 감독들
물구나무 등 90분 퍼포먼스
사방이 흰 천으로 뒤덮인 공연장 한가운데 정십이면체 목재 모형이 놓여 있다. 막이 오르면 한국, 콩고민주공화국, 벨기에, 이탈리아 등에서 온 6명의 예술가가 등장한다. 배우, 무용수, 시각예술가, 다큐멘터리 감독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은 나뭇가지, 보온 담요, 물감, 털실 등을 활용해 90분간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혼잣말을 하거나 물구나무를 서고, 입에 가지를 문 채 온몸을 비튼다.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1일 개막한 ‘스트레인지 뷰티’는 특정 장르에 구애받지 않은 실험극으로 움직이는 미술, 혹은 행위예술에 가깝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를 주제로 국립극단과 벨기에 리에주극장이 2020년부터 공동 제작한 이 작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개막이 1년 가까이 연기됐다. 연출은 연극 ‘나무, 물고기, 달’ ‘휴먼 푸가’ 등을 연출한 배요섭이 맡았다. 그는 “연극처럼 정해진 대본이 있는 게 아닌 유동적 형태의 공연으로,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정신적 ‘판’을 만들었다”고 했다.
한국에선 배우 겸 드라마투르그(극작술 연구자)인 황혜란과 다큐멘터리 감독 최용석, 콩고민주공·벨기에에서 활동하는 시각예술가 에메 음파네, 벨기에 출신 배우 클레망 티리옹과 이탈리아 출신 음향예술가 파올라 피시오타노, 브라질 출신 안무가 마리아 클라라 빌라 로부스가 참여했다.
논리적으로 이해하려 들면 자칫 미궁으로 빠질 수 있는 공연이다. 무대에 선 이들의 말과 몸짓에 의도와 메시지는 읽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낯설고 신선한 방식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의지가 담겼다. 공연을 위해 예술가들은 2년 동안 명상을 하고 노자의 ‘도덕경’과 미국 철학자 켄 윌버가 쓴 ‘무경계’를 읽었다. 무경계는 동서양 사상과 심리 치료법을 담은 책이다.
‘순간의 아름다움을 즉흥적으로 표현한다’는 방식 자체가 낯설기에 공연은 불친절하고 난해하다 느낄 법하다. 기승전결을 갖춘 작품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공연 중 즉흥적으로 공연자들이 신체를 노출할 수 있어 미성년자는 관람 불가다. 9월 한국에서 공연한 뒤 12월 벨기에 리에주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18일까지. 전석 3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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