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드로잉인가 회화인가’…전통적 드로잉 개념 벗어난 5명의 원로 작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30일 13시 54분


코멘트
‘이것은 드로잉인가 회화인가.’

서울 종로구 토포하우스에서 다음달 13일까지 진행되는 ‘긴 호흡: 다섯 작가의 드로잉’ 전시의 첫 인상이다. 이곳에는 다섯 명의 국내 원로 작가 윤동천(65), 정현(66), 곽남신(69), 오원배(69), 서용선(71)의 드로잉 총 25점이 전시되고 있다.

드로잉을 ‘대상의 윤곽을 채색 없이 선으로 그려내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면, 이번 전시를 통해 변화하고 있는 드로잉의 개념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장 초입에 놓인 조각가 정현의 드로잉 6점은 비교적 익숙하다. 종이에 오일바 등으로 나무와 인간의 형상을 그렸는데, 거친 느낌을 풍긴다. 그는 서문에서 “내 감정들이 가장 첫 번째로 표현되는 것이 드로잉”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돌리면, 드로잉이라기에는 생경한 작품들이 놓여있다.

오원배, 무제, 78x158cm, 종이 위에 안료, 2022

28일 전시장에서 만난 오 작가는 “더 이상 드로잉을 ‘작품의 밑바탕’ 혹은 ‘연습용’으로만 정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오 작가의 작품 ‘무제’(2022년)는 종이 위에 작업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구체적인 로봇의 형상을 그려 넣고 채색까지 곁들여 ‘드로잉’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와는 결이 다르다. 오 작가는 “드로잉이 회화보다는 단순하고 즉흥적인 요소를 갖고 있지만, 그 자체로도 작품으로 인정받는 추세”라고 했다.

곽남신, 실루엣 놀이, 65x50cm, 종이 위에 수채색연필, 2019

곽 작가의 작품은 더욱 보편적인 ‘드로잉’ 개념과 멀다. 작품 ‘실루엣 놀이’(2019년)는 종이 위에 수채색 연필로 작업했는데, 그림자까지 그려 넣어 멀리서 볼 땐 입체 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같은 날 만난 곽 작가는 “최근 물감을 쌓아가면서 화면을 구성하는 전통적 회화보다는 가볍고 단순한 회화를 추구했다. 그러다보니 ‘드로잉적인 회화’가 탄생했고, 이 작업은 기존 회화보다 더 자유스러움이 있다”고 말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