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중 사망 등 일부 적용 국가보상
10년만에 소아청소년과 확대 추진
정부, 당초 ‘수용곤란’서 입장 선회
의사 부족… 소아의료 공백 우려 탓
의사가 환자 수술이나 시술 중 과실 없이 불가항력적으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지급하는 국가보상금 제도가 소아청소년과(소청과) 전반으로 확대된다. 지금까지는 분만 중 사망사고 등 극히 일부에만 적용돼 왔다. 이 정책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불가’ 입장이었던 보건복지부는 최근 입장을 바꿔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 의사들 사이에서 소송 부담 때문에 소청과가 ‘기피과’가 되고, 소아청소년 응급환자가 ‘표류’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정부가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2일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사업에 소청과 진료를 추가하는 내용의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의사 출신인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에 대해 복지부가 최근 “취지에 공감한다. 구체적인 유형과 방식에 대해 관련 단체와 논의하고 재정 당국과 협의하겠다”는 답변서를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회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발의했고 국민의힘에서도 별 이견이 없는 법안인 만큼 복지부까지 동의하면 국회 통과가 유력하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국가 보상은 2013년 4월 처음 도입됐다. 현재는 분만사고 등에만 적용 중인데, 해당 사건이 발생하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의료보상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환자 측에 최대 3000만 원을 보상한다. 현재는 이 중 70%를 국가가, 30%를 병의원이 내지만 다음 달 14일부턴 정부가 전액 부담한다. 내년엔 보상액 한도도 늘릴 계획이다.
이 제도를 분만사고가 아닌 다른 분야로 넓히는 건 도입 10여 년 만에 처음이다. 올 9월만 해도 복지부는 해당 법안에 대해 “다른 진료과목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수용 곤란’ 의견을 표했다. 그런데 최근 소청과 의사들이 잦은 소송 위협 탓에 현장을 떠나고 새로운 의사도 들어오지 않는 현상이 심해지자 이를 수용했다. 의사단체를 상대로 ‘의대 정원 확대’를 설득할 카드이기도 하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의 소청과 전공의(레지던트) 충원율은 2019년 92.4%에서 올해 25.5%로 급감했다. 비수도권 수련병원에서는 올해 72명 모집에 고작 4명(5.6%)이 지원했다. 소아심장 환자의 가슴을 열고 수술을 집도할 수 있는 소아심장외과 전문의가 2035년엔 전국에 17명만 남게 될 거란 예측(동아일보 10월 10일자 A1·12면 참조)까지 나오면서 소아 필수의료 공백에 대한 위기감이 커졌다.
복지부는 국가가 보상할 ‘불가항력 의료사고’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지 소아 의료계와 논의하고 있다.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소아청소년 환자에게 ‘최후의 수단’으로 실시한 의료 행위였다면 의료진의 무과실 여부를 따져 국가가 보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식도나 항문이 없는 상태로 태어난 선천성 기형아나 괴사성 장염을 앓는 이른둥이(미숙아)를 대상으로 실시한 수술 등이 우선 고려될 것으로 전망된다.
● “수술실 떠나려는 후배 붙잡는 데 도움”
일선 소아 의료진들은 이번 조치를 반겼다. 소아 중증 환자에 대한 진료는 성인 환자에 비해 의사 입장에서 훨씬 부담감이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개복 수술의 경우는 성인이라면 큰 문제가 없을 정도의 출혈에도 체구가 작은 소아 환자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 서정민 삼성서울병원 소아외과 교수는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수술이 어려울 뿐 아니라 혹시 결과가 잘못되면 (환자의) 기대여명에 따른 보상액도 큰 편”이라며 “국가가 보상을 지원한다면 수술실을 떠나려는 후배들을 붙잡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실효성 있는 의료진 보호를 위해선 배상 금액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시행 중인 분만 사고에 대한 국가보상제는 한도가 3000만 원인데, 최근 의료사고 민사 소송에선 이보다 훨씬 큰 배상금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손해배상 금액이 수억 원을 넘나드는데 3000만 원을 지급한다는 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민사 소송에 의한 손해배상만 정부가 부담하는 것으론 한계가 있고, 의료진이 현장에서 최선의 판단에 따라 진료했다면 형사 처벌도 면제해야 한다는 요청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어린이병원장은 “분초를 다투는 아이를 어떻게든 살리려다 보면 사소한 실수가 나올 수 있다. 의료진이 형사 처벌의 공포를 떨쳐내지 못한다면 위급한 상황에서 적극적인 치료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의사 본인은 과실이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형사 소송으로 인한 긴 법정 다툼에 지쳐 일을 빨리 마무리 짓기 위해 합의금을 지급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올해 초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A 씨가 중이염이 의심되는 환아의 귀를 검사하기 위해 귀지를 떼다 피가 나자, 부모가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논란이 된 적 있다. A 씨는 결국 소송을 취하하는 대가로 합의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청과 전문의는 “형사 고소가 의료 분쟁에서 ‘합의금을 키우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대한의사협회는 필수과목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 진료하던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선 형사 소송을 제기할 수 없게 하는 ‘필수의료 사고처리특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궁극적으로는 필수의료 전반으로 국가의 안전망을 확대해야 하며, 보상 규모도 현재 분만사고에 적용되는 것보다 더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 해외선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불가피한 의료사고에 대비해 의료인이 의료배상 책임보험에 의무 가입하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불의의 교통사고에 대비해 운전자의 보험 가입이 의무인 것과 같은 이치다. 캐나다는 의료배상 책임보험 가입이 의무인데, 연 500만 원 수준의 보험료 중 80%를 정부가 부담한다. 일본의 책임보험은 의사가 의사협회에 가입할 때 자동으로 가입되도록 설계돼 있고, 미국도 뉴욕 등 일부 주에서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복지부는 의료계와 법조계, 환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의료분쟁 제도개선 협의체를 꾸리고 2일 첫 회의를 열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료사고 부담은 필수의료 기피로 이어져 국민과 생명의 건강을 위협한다”며 “환자와 의료인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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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2023-11-03 04:45:55
북지부 장관 자슥이 극구 반대하다 양보 한 척 ... ㅋ 저런 생색내기 쑈쑈쑈 정도로 ... 소아과같은 필수의료 의사 지원이 느는 지 내년에 두고 보면 바로 알 수 있겠지만... ㅋ (더 줄면 줄었지 절대로 안 는다고 단언한다 ㅋㅋㅋ) 이건 우리 의료 시스템을 구조적으로 기형을 만들어 온 ... 복지부 필수의료 죽이기 30년 이상 정책의 산물이거든 ... ㅋㅋㅋ 그러이 저런 언 발에 오줌싸기 미봉책으로 해결될 리가 절대로 없지 ㅋㅋㅋㅋㅋ 복지부 시키들도 그런거 뻔히 알면서 언론 플에이질이나 하는 거고 ㅋㅋㅋㅋ
2023-11-03 07:53:30
문제의 원인은 법이 복잡하고 변호사가 많이 배출되어 의사의 진료행위가 툭하면 쟁소의 대상이 되는데 있다. 그런데 이것을 국가가 보상해 준다고 하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어짜피 국가가 보상해 줄테니 소송을 더 많이 하라고 말하는 것과 같아서 결국은 문제를 심화시킬 것이다. 그러니 이런 문제는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의료인의 진료행위가 쟁소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해결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공무원, 법조인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 해야 할 일이다 (플라톤의 Republic 참조).
2023-11-03 08:07:46
세금은 눈먼 돈이라더니, 딱 그 꼴이네요. 아무도 과실이 없는데 왜 국가가 보상해야 하죠? 세금은 눈먼 돈이라서? 자동차 보험과 똑같이 운영하면 됩니다. 의사도 보험을 들게 하고, 보상은 보험에서 하며, 중대 과실이 아니면 형사 책임을 면하게 하는 것입니다. 자동차 보험과 똑같이... 국가가 세금으로 보상을 한다니, 정말 웃기네요.
이대 목동 중환자실 사망 사고 나니, 의사 감옥에 쳐넣었자나 3-4년인가 지나서, 과실없다/무죄 쾅쾅 그 것 본 의대, 인턴애들이 소아과 가겠냐. 나도 깜빵가서 몇 년 죽기살기 소송전 치뤄야하는데. 신생아 중환자실(극도로 위험한 중병 환자들이 모인 곳에서 사망 사고 없이 버틸 병원이 어디있겠소. 더군다나 고위험군 출산이면)
2023-11-03 11:50:32
문제는 또있지, 환자가 없으면 의사는 죽어야 되는가???아니면 월급을 많이 줘서라도 존속시켜야 옳은가? 이런건 고민 안하냐? 당장 수많은 문제중에 1개 달랑 해결하고 마는것인가??
2023-11-03 11:49:39
"과실없는 " 하나 하나 따지고 보면 "과실없는 " 은 없지 극히 극히 드문 주사 부작용 사전 설명 안해줬다고 (실제로 부작용도 아님) 5억 벌금 나왔는데
2023-11-03 11:44:12
무조건 조그만 과실도 찾을거임. 의사가 신인가?
2023-11-03 11:06:29
말썽. 많이나겠네 ㅡ소청의사귀하다고 면책특권 너무많이주는거아니냐. ㅡ
2023-11-03 10:20:49
과실이 없으면 의료사고가 아니잖아 소송 자체를 못 걸게 해야지 귀지 빠고 의료소송 걸고 하는거 자체가 없어져야지....
2023-11-03 09:54:45
궁긍적으로는 형사건이 안되면 고소조차 할수없게 만들어야지요. 귀지파다가 피났다고 소송까지? 기가 막힙니다. 일단 고소해서 크게 부르고 합의금 유도하는 식인 경우 정말 많습니다. 지금의 문제는 과실이 없음에도 형사건으로 진행하게한 사법당국과 과도한 책임판결을 내리는 것이 제일 문제입니다.
2023-11-03 09:44:50
과실없는 사고를 의사들에게 덤탱이 씌운 판새들이 원흉이지. 변호사 먹거리만 늘어나는 거야. 과실이나 인과관계 없는데 몇천이나 몇억 물어내라면 당하는 의사들은 얼마나 황당하고 억울하겠노. 판새를 조져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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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3 04:45:55
북지부 장관 자슥이 극구 반대하다 양보 한 척 ... ㅋ 저런 생색내기 쑈쑈쑈 정도로 ... 소아과같은 필수의료 의사 지원이 느는 지 내년에 두고 보면 바로 알 수 있겠지만... ㅋ (더 줄면 줄었지 절대로 안 는다고 단언한다 ㅋㅋㅋ) 이건 우리 의료 시스템을 구조적으로 기형을 만들어 온 ... 복지부 필수의료 죽이기 30년 이상 정책의 산물이거든 ... ㅋㅋㅋ 그러이 저런 언 발에 오줌싸기 미봉책으로 해결될 리가 절대로 없지 ㅋㅋㅋㅋㅋ 복지부 시키들도 그런거 뻔히 알면서 언론 플에이질이나 하는 거고 ㅋㅋㅋㅋ
2023-11-03 07:53:30
문제의 원인은 법이 복잡하고 변호사가 많이 배출되어 의사의 진료행위가 툭하면 쟁소의 대상이 되는데 있다. 그런데 이것을 국가가 보상해 준다고 하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어짜피 국가가 보상해 줄테니 소송을 더 많이 하라고 말하는 것과 같아서 결국은 문제를 심화시킬 것이다. 그러니 이런 문제는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의료인의 진료행위가 쟁소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해결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공무원, 법조인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 해야 할 일이다 (플라톤의 Republic 참조).
2023-11-03 08:07:46
세금은 눈먼 돈이라더니, 딱 그 꼴이네요. 아무도 과실이 없는데 왜 국가가 보상해야 하죠? 세금은 눈먼 돈이라서? 자동차 보험과 똑같이 운영하면 됩니다. 의사도 보험을 들게 하고, 보상은 보험에서 하며, 중대 과실이 아니면 형사 책임을 면하게 하는 것입니다. 자동차 보험과 똑같이... 국가가 세금으로 보상을 한다니, 정말 웃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