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尹 ‘獨-덴마크 순방’ 4일 전 돌연 연기… 대체 왜 그랬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1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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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과학기술수석 등 위촉장 및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4.02.14.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과학기술수석 등 위촉장 및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4.02.14.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8∼24일로 잡혔던 독일 국빈 방문과 덴마크 공식 방문 일정을 연기했다. 대통령실은 출국 나흘을 앞둔 어제 이같이 밝혔다. 순방 연기 사유로는 “여러 요인을 검토했다”고만 했다. 두 나라에 순방 연기를 통보한 시점은 13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급박하게 결정됐다는 뜻이다. 대통령실은 독일, 덴마크 정부로터 양해를 받았다고 했지만 향후 순방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역대 대통령들도 출국에 임박해 순방을 연기하거나 취소한 적은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메르스 사태로 미국 방문을 순연하거나 노태우 전 대통령이 당시 일왕의 건강 악화로 일본 방문 일정을 취소하는 등 국내 혹은 상대국에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고 국민에게도 명확히 설명됐다. 이번처럼 공식 설명 없이 여러 요인 검토라는 말만 내놓은 채 순방 연기를 발표한 것은 전례가 없다.

대통령실이나 여권 주변에선 “정무적 결단에 따른 것” “총선 쟁점 차단” 등의 비공식 설명이 나오고 있다. 4월 총선을 50여 일 앞둔 상황에서 순방 자체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얘기다. 특히 윤 대통령의 KBS 녹화 대담 이후에도 명품백 논란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순방을 가더라도 정상회담 자체보다 김건희 여사의 동행 여부나 화려한 행사의 일거수일투족이 더 관심을 끌게 되고, 결국 총선 여론에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깔렸다는 것이다.

이번 순방을 놓고 지난해 12월 대통령 부부가 네덜란드 한 곳만 국빈 방문했던 일정과 묶어 생각할 때 “너무 순방이 잦다”는 지적이 나온 게 사실이다. 상대국 일정이나 국빈 방문 형식 때문에 여의치는 않았겠지만 인접한 네덜란드와 독일, 덴마크 3개국을 한 번에 순방할 수 있었음에도 두 달 간격으로 두 번 방문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앞서 11월엔 영국과 프랑스를 방문했다.

그렇다고 해도 출국 나흘을 앞둔 순방 연기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외교적 결례가 아닐 수 없다. 독일, 덴마크 측이 양해를 했다고 하나 외국 정상의 국빈·공식 방문 준비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겠나. 두 나라 정상의 일정에도 차질을 빚게 했다. 이번 순방에 동행하기로 한 경제사절단, 상대국 경제인에게도 큰 불편을 끼쳤다. 애초 유럽 순방 일정을 좀 더 정교하게 짰어야 했다. 추후라도 명확한 경위와 설명을 내놓지 않으면 구구한 억측만 커질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독일 국빈 방문#덴마크 공식 방#일정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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