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토대를 제공한 전문가 3명이 연간 750∼1000명 규모의 증원을 제안했다. 이들은 어제 동아일보가 마련한 긴급 좌담회에서 “고령화로 의사 부족은 예견된 미래”라면서도 급격한 증원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의대 학장들도 의대 증원에는 찬성하지만 “2000명 증원은 무리”라며 정부의 속도전에 우려를 표한 상태다.
정부가 의대 입학 정원을 3058명에서 5058명으로 늘리면서 근거로 제시한 자료는 이 전문가들이 각자 작성한 연구 보고서들이다. 세 보고서의 전망치와 의료취약지 의사 부족분을 종합해 10년 후 의사가 1만5000명 부족하다고 보고 5년간 매년 2000명씩 늘린 후 재조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좌담회에서 “2000명 증원은 무리다. 의학 교육에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매년 1000명씩 10년간 증원하자”고 제안했다.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도 같은 규모의 증원을 제안했고,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는 “지역 의대만 연간 750명을 증원한 후 5년 단위로 재평가하자”고 했다.
전국 40개 의대 학장들은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낸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2000명을 증원하면 의학 교육이 부실해진다”며 올해 입시에서는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때 감축한 350명만 증원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정부의 학교별 수요 조사에서는 현재 교육 역량으로도 당장 2151∼2847명 증원이 가능하다고 했다가 말을 바꾼 것이다. 의대 학장들의 입장 번복이 무책임한 만큼 신뢰가 가지 않는 것도 사실이지만 교육 당사자들의 말이어서 그냥 넘기기는 어렵다.
정부는 의대 증원의 상당 부분을 지방에 배분한다고 했는데 비수도권 의대는 교수들이 계속 이탈해 지금의 교육 수준도 유지하기 어렵다고 한다. 의사들이 집단행동의 주요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도 급격한 증원과 이로 인한 의료 질 하락 우려다. 정부는 “2000명 증원은 최소한의 규모”라고 밀어붙이기보다 왜 2000명이어야 하는지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거나, 아니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증원 계획을 재조정해야 한다. 오는 4월 학교별 증원 인원을 발표할 때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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