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2400만 세대의 42% ‘역대 최대’
60대 185만명… 30대 50대 順 많아
“사회적 고립-저출산 심화 악순환
고독사 예방-돌봄 정부기구 설치를”
지난해 9월 서울 성동구의 한 주택가. 홀로 사는 이모 씨(58) 집으로 119 구급대원들이 황급히 출동했다. 사업 실패와 가정불화로 인해 2002년 무렵부터 혼자 지낸 이 씨는 2018년 무렵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 왔다. 이 씨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사회적 고립으로 고독사 위험이 있는 집에 성동구가 지원한 돌봄서비스 인공지능(AI) 스피커에 이 씨가 마지막 순간 “살려줘”라고 외친 덕이었다.
이처럼 전국에 혼자 사는 1인 세대가 100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9일 나타났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처음으로 5세대 중 2세대 이상이 혼자 사는 것으로 집계됐다. 홀로 사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고독사 예방을 비롯한 사회적 안전망 대책과 더불어 저출산 극복을 위한 대책 등이 균형 있게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나 홀로 세대, 60대 가장 많아
이날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전국 1인 세대 수는 올해 3월 기준 1002만1413명으로,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전체 2400만2008세대의 41.8%에 달한다. 나이별로는 60∼69세가 185만1705명(18.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39세 168만4651명(16.8%), 50∼59세 164만482명(16.4%) 순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자가 515만4408명으로, 여자 486만7005명보다 상대적으로 많았다.
전체 세대원 수를 살펴보면 1인 세대, 2인 세대 등 개인화된 세대는 늘었지만 4인 세대 이상은 감소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2월 대비 1인 세대 수는 3만9711명이 늘었지만, 4인 세대는 1만4158세대가 줄었다.
특히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1인 세대가 집중됐다. 경기 225만1376명, 서울 200만6402명이었고, 이어 부산 65만6027명, 경남 62만8547명 순이었다. 다만 전체 세대에서 1인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남이 47.2%로 가장 높았고, 경북 45.9%, 강원 45.4% 순으로 나타나 지역에서도 1인 세대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행안부의 주민등록 인구 통계상 1인 세대는 통계청이 인구주택총조사를 통해 발표하는 1인 가구와 다른 개념이다. 1인 가구는 실제로 홀로 사는 사람을 뜻하고, 1인 세대는 여기에 주민등록상 1인 세대주로 분리된 이들까지 더한 수치다. 이 때문에 1인 세대가 1인 가구보다 다소 많은 편이다. 예를 들어 부부와 자녀 1명은 3인 가구지만, 각각 다른 주소지에 살고 있다면 1인 세대 3명이 된다.
● 사회적 고립·저출산 심화 우려
문제는 이 같은 1인 세대 5명 중 4명이 고독사 위험군으로 분류돼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올 1월 발표한 2022년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홀로 사는 19세 이상 성인 9471명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78.8%)이 고독사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또,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면서 주택 보급률이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1인 세대가 늘어나면서 주택 보급률이 오히려 하락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1인 세대가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고령층의 고독사 문제 등을 정부가 전담해서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원래 청년이 가정을 꾸리며 ‘혼자 사는 것’이 일시적인 단계였다면 이제는 중년까지 혼자 사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저출산·고령화는 물론이고 고독사 위험군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들을 전담하는 기구를 정부 차원에서 설립해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나홀로족’을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는 주변 원룸 시세의 50∼70% 수준의 임대료로 ‘따로 또 같이’ 살 수 있는 공유주택을 2027년까지 2만 채 공급해 고독사나 사회적 고립을 방지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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