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지하 수장고(收藏庫·유물을 보관하는 곳). 지하 11m에 자리 잡은 400m 길이의 터널을 지나 25cm 두께의 철문 4개를 통과한 끝에야 닿을 수 있었다. 1962년 중앙청(구 조선총독부 청사)의 안보 회의장으로 지어진 이곳은 1970년대 중반에는 박정희 정부의 전시용 비상벙커로 사용됐다. 이후 1983년 항온, 항습시설을 갖춘 박물관 수장고로 개조됐다. 고궁박물관의 지하 수장고는 총 16개로 면적은 3734m²에 달한다.
이날 고궁박물관은 지하 수장고 일부를 언론에 공개했다. 수장고는 유물의 손상을 막기 위해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국가 문서에 사용된 임금의 도장인 어보(御寶)를 보관하는 10수장고는 습도 54.9%, 온도 20.4도로 유지되고 있었다. 손명희 고궁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수장고는 보안과 관리가 생명이다. 내부에선 직원들이 2인 1조로 움직이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5월 기준 고궁박물관 소장 유물은 8만8530점. 10수장고에는 지난해 6월 보물로 일괄 지정된 조선 어보와 어책(御冊·왕위 책봉 등에 어보와 함께 올리는 책), 교명(敎命·왕비, 왕세자 등을 책봉할 때 왕이 내리는 문서) 628점이 보관돼 있다. 박물관이 함께 공개한 11수장고에선 정조가 직접 쓴 것으로 추정되는 사도세자 사당 ‘경모궁(景慕宮)’의 현판을 볼 수 있었다. 정용재 국립고궁박물관장은 “현재 수장고의 포화율이 160%에 달한 상태”라며 “좀 더 체계적으로 유물을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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