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를 나흘 앞둔 국민의힘이 이번에는 ‘공소 취소 청탁’ 논란에 휩싸였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한동훈 후보가 그제 방송토론회에서 “나경원 후보가 (법무부 장관이던) 내게 본인의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의 공소 취소를 부탁했다”고 말하면서다. 나 후보는 “헌법 질서를 바로 세워 달라는 말이었고,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2019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것을 놓고 물리적 충돌이 벌어져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였던 나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무더기 기소됐다. 공소 취소는 특별한 사정이 생겼을 때 예외적으로 검사가 하는 것이다. 나 후보가 자신의 문제든 당의 문제든 비공개로 법무부 장관에게 공소 취소를 요청했다면 부적절한 행동이란 지적이 나올 만하다. 토론회 공방 와중에 느닷없이 청탁 얘기를 꺼냈다가 당내에서 “당 전체의 아픔을 후벼 팠다”는 등 비판이 들끓자 “신중하지 못했다”며 한발 뺀 한 후보도 경박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튀어나와 주워 담기 어렵게 된 의혹은 이것만이 아니다. 김건희 여사가 총선 전 한 후보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내가 댓글팀을 활용해 한 후보를 비방한다는 얘기가 있다’는 대목이 들어 있다. 김 여사의 ‘댓글팀’ 존재 여부가 주목받는 상황에서 한 친윤계 인사는 한 후보가 장관 시절 ‘여론조성팀’을 운영했다며 맞불을 놨다. 다른 후보들은 “실형을 받을 수도 있는 사안” “민주당이 특검을 요구할 것”이라며 한 후보를 공격했다. 야당은 수사를 통해 댓글팀·여론조성팀의 실체와 공소 취소 청탁의 위법성을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당 스스로 사법리스크를 만들고 키운 결과가 됐다.
이번 전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네거티브로 점철됐다. 초반에는 ‘배신의 정치’를 놓고 설전을 벌이더니 ‘여사 문자’가 공개된 뒤에는 총선 패배 책임을 놓고 ‘네 탓’ 공방을 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펼쳐졌다. 때아닌 색깔론이 등장했고, 육탄전까지 벌어졌다. 오늘부터 진행되는 당원 선거인단 모바일 투표를 시작으로 ARS 투표, 국민 여론조사를 거쳐 23일 결과가 발표된다. 누가 새 대표가 되든 당이 사분오열된 상태에서 사법리스크까지 감당하게 될 공산이 크다.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눈앞의 당권 다툼에만 몰두한 후보들이 자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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