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8시 30분 경,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는 태국 방콕의 ‘노보텔 방콕 임팩트’ 호텔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 정상들과 소파에 앉아 환담을 나눴다. 다른 정상들보다 늦게 회의장에 도착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본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 다가가 서서 인사를 나눴고, 잠시 앉아 대화를 나눌 것을 제안했다. 아베 총리가 수락하면서 두 정상은 13개월 여 만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날 회동은 계획에 없었던 탓에 일본어 통역도 배석하지 못했다. 청와대는 ‘아세안+3’ 정상회의를 위해 영어 통역관만 배치했고, 이에 따라 일본 측 통역이 아베 총리의 발언을 영어로 옮기면 우리 측 통역이 이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외교부 내에 일본 담당 간부들 역시 서울에 잔류하는 등 정부에서도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정상회담은 의제를 오랜 기간 숙성시켜 양 정상이 미리 약속해 만나는 것이고, ‘풀 어사이드’(pull aside·약식회담)도 짧은 시간에 얘기를 나누기로 미리 약속하는 것이지만 오늘 자리는 그런 협의가 없었다. 그래서 회담이 아닌 환담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환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모친상에 대한 조의를 표했다고 고 대변인이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 만찬에서 한일 정상이 인사를 나누면서 이날 회동의 분위기가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문 대통령도 서울을 떠나기 전 기회가 된다면 아베 총리와 별도로 대화를 나누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아베 총리와 부인 아키에 여사는 전날 갈라 만찬 전 사진 촬영 당시 나란히 서 인사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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