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이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라는 박 장관의 26일 발언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의 ‘대구경북 봉쇄’ 발언 하루 만에 나온 코로나19 주무 장관의 말을 놓고 정부가 오히려 이번 사태를 둘러싼 갈등을 더 키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박 장관은 “왜 애초부터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의에 “(코로나19를 국내에 확산시킨 원인은) 애초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한국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을 격리 수용했어야 한다”는 정 의원의 발언에 박 장관은 “하루에 2000명씩 들어오는 한국인을 어떻게 격리 수용하느냐”고 반문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며칠간 중국인 환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날 박 장관은 거짓 증언 의혹에도 휩싸였다. 통합당 정점식 의원이 “대한의사협회가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건의했는데 왜 시행하지 않는가”라고 묻자 박 장관은 “의학적 관점에서 의협보다 대한감염학회가 더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모인 곳이다. 감염학회는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금지를 추천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감염학회는 2일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대한항균요법학회와 함께 입장문을 내고 “후베이성 외 중국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가 발생하는 사례가 40%를 차지해 후베이성 제한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전날 ‘대구경북 봉쇄’ 발언에 이어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도 코로나19를 둘러싼 논란성 발언을 이어갔다. 친문 핵심인 박광온 최고위원이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미국 시사주간 ‘타임’ 보도 내용이라며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증가하는 건 역설적으로 한국의 국가 체계가 잘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해당 기사는 24일(현지 시간) 온라인판에 ‘한국의 코로나바이러스 발발은 어떻게 그렇게 빨리 통제 불능 상태가 됐는가’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기사는 한국조지메이슨대 안드레이 아브라하미안 객원연구원의 입을 빌려 “한국에서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한 이유는 뛰어난 진단 능력과 자유로운 언론 환경, 투명한 정보 공개, 민주적 책임 시스템 (때문)”이라고 전했다. 박 최고위원이 전한 “역설적으로 한국의 국가 체계가 잘 작동하고 있다”는 표현은 기사 외에 덧붙인 해석이다. 박 최고위원은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76만 명을 넘었다” “문재인 정부가 중국 정부를 불편하게 할까 하는 공포심에 자국민 건강을 지키는 데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등 한국 정부 대응에 대한 기사 속의 다른 내용은 거론하지 않았다. 논란이 커지자 박 의원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야권에선 ‘충성 경쟁’이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황규환 통합당 부대변인은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를 잠재우고, 아픔과 분노를 보듬어야 할 여당이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에 눈이 멀어 황당한 현실인식과 망언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를 둘러싼 정부여당의 ‘오럴 해저드(oral hazard)’는 최근 한 달 새 이어져 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대한상공회의소 경제계 간담회에서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환자가 확산되자 발언 13일 만인 26일에야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메시지였다. (지금은) 새로운 상황이 됐지 않나”라고 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5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조금씩 승기를 잡아나가고 있다”고 했다가 23일 “대응 방향에 있어서 적절한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고 그로 인한 효과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었다”고 수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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