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화성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 이춘재(56)의 범행 동기가 어린 시절 성폭행 당한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4일 확인됐다.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춘재는 최근 경찰 조사에서 “초등학생일 때 같은 동네에 살았던 누나가 성폭행을 했다”고 털어놨다. 경찰은 어린 나이에 강압적인 성경험을 겪어 왜곡된 성적지향이 형성됐고 성인 이후 범행의 동기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화성 살인사건 10건을 포함해 살인 14건과 강간 및 강간미수 34건 등 이춘재가 자백한 범행은 모두 성범죄와 관련돼 있다.
박형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범죄조사연구실장은 “연쇄살인범들이 일관되게 보이는 특징 중 하나가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에 왜곡된 성적 욕구가 만들어졌다”며 “어린 시절의 비정상적인 성적 경험, 특히 성폭력 피해 경험이 성적 인식 자체를 왜곡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어릴 때 형성된 왜곡된 성적 욕구가 성장한 뒤 물리적인 힘을 갖춘 상태에서 피해자를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방식으로 해소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 실장은 연쇄살인범 14명을 직접 인터뷰하고 2008년 살인범죄 관련 논문을 펴내기도 했다.
2004~2006년 13명을 살해한 정남규도 경찰 조사에서 아동 시기의 성폭행 경험을 진술했다. 부녀자 20명을 살해한 유영철 역시 프로파일러 조사에서 ‘어릴 때부터 성매매 여성의 성관계 장면을 훔쳐봤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춘재가 군을 제대한 직후부터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군 복무 시절 범행 동기가 될만한 것을 경험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춘재의 진술을 통해 아동기 성폭행 경험이 범죄의 동기를 만든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프로파일러 등 경찰 수사팀은 이춘재 자백의 신빙성을 검증하기 위해 개인적인 경험 등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경찰은 4일 오후 부산교도소에서 약 4시간 동안 이춘재를 상대로 11차 조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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