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이 현대미술을 후원하는 ‘CONNECT, BTS’ 프로그램이 모두 공개됐다. CONNECT, BTS는 ‘국적 장르 세대가 다른 미술작가들이 방탄소년단과 협업한 글로벌 현대미술 전시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달 14일 영국 런던에서 시작해 독일 베를린,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미국 뉴욕과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 ‘다양성’ 주제, 간섭 없는 지원
CONNECT, BTS는 ‘다양성을 키워드로 각국에서 전시를 연다’라는 독립큐레이터 이대형 씨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씨는 “BTS가 다양성과 연결이라는 이번 프로젝트의 전체적 방향성을 즉각 이해해줬다”고 말했다.
이 씨가 총괄 기획을 하고 국가별 프로젝트 기획은 베를린 마르틴그로피우스바우 미술관 관장인 스테파니 로젠탈, 런던 서펜타인갤러리 큐레이터인 벤 비커스와 케이 왓슨, 뉴욕 아트 딜러인 토머스 아널드 등이 맡았다.
런던에선 덴마크 출신 야코브 스텐센의 작품 ‘카타르시스’를 공개했다. 베를린에선 퍼포먼스 프로그램인 ‘치유를 위한 의식’ 그룹전(展)이 열렸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설치미술가 토마스 사라세노가 ‘플라이 위드 에어로센 파차’를 공개했고, 뉴욕에서는 조각가 앤터니 곰리의 설치작품 ‘뉴욕 클리어링’이 전시됐다. 서울에서는 영국 작가 앤 베로니카 얀센스의 설치작품과 강이연 작가의 프로젝션 매핑 작업을 각각 선보이고 있다.
전시 작품 기획은 다양성과 연결이라는 화두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각 기획자에게 전적으로 맡겼다. 이 씨는 “기획자 선정에 BTS가 동의했고 참여하는 작가와 화상 통화도 진행했다”며 “강 작가는 BTS적인 요소를 작품에 넣었고 다른 작가들은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5∼10년간 고민했던 작업을 그대로 이어갔다”고 말했다.
곰리의 전시는 지난해 영국 로열아카데미 개인전에서 선보인 ‘클리어링’ 시리즈의 뉴욕 버전이고, 사라세노의 ‘에어로센’이 2015년 시작한 프로젝트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예술센터 등과 협업한 작품인 점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 ‘단발성 후원’에 그치지 않기를…
하지만 이런 방식에는 BTS가 협업한 흔적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CONNECT, BTS가 “엄밀한 의미의 협업이 아니라 재정적 후원”이라는 것이다. 구사마 야요이와 루이비통이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가방 제작에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협업과는 결이 다르다는 얘기다. 예술가를 후원해 후원자에게 돌아올 좋은 이미지를 취하는 ‘네이밍 스폰서’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영국 경제신문 파이낸셜타임스는 CONNECT, BTS에 대한 후원 규모를 1000만 파운드(약 153억 원)로 추정했다. 해외 공공 미술관은 재정 부족 타개를 위해 기금 모금 전담 부서를 운영한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한 큐레이터는 “후원자가 큰 결격 사유가 없고 조건 없는 지원이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국내 미술가를 좀 더 후원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묻어난다. 해외 미술계와 접촉이 잦은 한 기획자는 “저평가된 국내 작가의 신작 제작이나 해외 진출을 도왔다면 훨씬 뜻깊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BTS가 페기 구겐하임(1898∼1979)이나 간송 전형필(1906∼1962)같이 작가를 지켜보는 인내심과 진정성을 갖고 앞으로 이런 프로젝트를 지속해주기를 바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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