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형오 “후보 하자 없는데 공천 취소… 나에 대한 최고위의 보복”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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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前공관위원장 인터뷰

김형오 전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개인 사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의 최홍 전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사장에 대한 서울 강남을 공천 취소 결정을 두고 “나에
대한 보복”이라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김형오 전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개인 사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의 최홍 전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사장에 대한 서울 강남을 공천 취소 결정을 두고 “나에 대한 보복”이라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나에 대한 보복 아니냐. 말도 안 되는데, 최고위의 초법적 행태다.”

김형오 전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은 16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동아일보와 공관위원장 사퇴 후 첫 인터뷰를 갖던 중 당 최고위원회가 최홍 전 맥쿼리투자신탁운용 대표의 서울 강남을 공천을 취소했다는 소식을 접하자 이렇게 말했다. 사퇴 후 당 최고위가 공천에 제동을 걸자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58일간의 공관위 활동에 대한 소회를 털어놨다. 김 전 위원장은 “공관위 혼자 북 치고 장구 쳤지만 역대 최대 폭의 물갈이를 이뤄냈다”고 자평하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부산에 전략공천하려 했다는 뒷이야기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당 최고위가 최 전 대표 공천을 직권 취소했다.


“부하 과장이 저지른 잘못에 사장으로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정직 3개월 받은 것뿐이다. 최 전 대표는 검찰 조사도 안 받았다. 이런 걸로 ‘불법 선거운동이나 금품수수 등 현저한 하자가 있는 것으로 판명되면 최고위 의결로 추천을 무효로 할 수 있다’는 당규를 적용할 수가 있나. 나에 대한 보복을 이런 식으로 하는 거다.”

―최 전 대표가 ’김형오 양아들‘로 불리며 이른바 사천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것 아닌가.


“4년 전에 최 전 대표와 부산 중-영도에서 붙었던 김무성 의원도 ‘보배 같은 친구’라고 했었다. 수차례 접촉했는데 ‘다시는 정치 안 한다. 때 묻기 싫다’며 완강히 거부하더라. 김세연 공관위원도 ‘사람 참 아깝다’면서 계속 설득해 영입에 한 달이 걸렸다. 공천 취소 사유라는 것도 이미 공관위에서 검토해 문제없다고 결론 냈던 거다.”

―강남병 김미균 시지온 대표에 이어 또 강남 공천이 문제가 됐다.


“내가 강남병 지역에 사는데 정치에서 오래 떨어져 있다 보니 젊은 주부들의 생각을 충분히 반영 못 했다. 김 대표는 자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인물이지만 강남병에는 안 맞다는 걸 간과했다. 12일에 발표하고 집에 오니 전화기에 불이 나도록 메시지가 쇄도하더라. 앞길 창창한 젊은 여성에게 큰 실수 했다 싶어 동반 사퇴를 결심한 것이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왜 그렇게 공천에 관여하려고 했다고 보나.


“본인이 공천에는 베테랑이니까 자신감이 과했던 것 같다. 김종인 씨는 사실 선대위 고문 하면 딱 맞는 사람이다.”

―당에서 선대위원장직을 제안했다고 들었는데 왜 수락하지 않았나.


“1월 16일에 공관위원장을 맡고 당에서 선대위원장 제안을 하길래 ‘다시는 그런 얘기 하지 말라’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손에 피 묻히며 많은 사람들에게 정치적 사망선고를 내려놓고 후보들을 격려하러 다니면 나 때문에 후보 못 된 사람들이 ‘날 죽이고 완장까지 차지했다’고 할 거다.”

―그렇다면 김형오만의 선대위 구상이 있었나.


“이번에 공천하면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통합당 의원,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등을 직접 접촉해 설득했는데 다 출마를 거부했다. 이분들이 다 선대위원장감이다. 3, 4명만 공천에 참여했어도 공천 평가가 더 높았을 거다. 안 대표에게는 국민의당 정식 출범(지난달 23일) 전에 대리인을 통해 만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지역구는 통합당으로 나가고 비례정당을 따로 만들어도 되니 부산 전략공천을 제안하려 했는데 안 대표가 문자메시지로 만남 자체를 거절하면서 무산됐다.”

―3선 이상 의원 58%(35명 중 20명)가 바뀌는 등 물갈이는 성공했지만 정작 새 사람 심기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번 공천은 아마 역대 최고의 물갈이 폭이었을 거다. 나는 정치를 다시 안 할 사람이고 정치의 속성을 잘 알기에 판갈이를 주도할 수 있겠다 싶었다. 공관위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면서 이끌어 왔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가진 인적 네트워크에 비하면 통합당은 구멍가게 수준이더라. 인명록도 전혀 없고 생각나는 사람 접촉하는 수준이다. 그래도 큰 나무로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묘목들을 많이 영입했다고 자평하고 싶다.”

―황교안 대표 종로 공천, 홍준표 전 대표 컷오프를 두고 고심이 깊었던 걸로 안다.


“아직 한국 정치에는 적진을 향해 가장 먼저 뛰어가는 삼국지적인 장수가 필요하다. 황 대표가 종로로 가서 삼국지 장수가 됐는데 결과적으로 잘했다 싶다. 홍 전 대표는 나에게 ‘양아치’ 등 거센 비난을 하는데 그런 데서 사람의 인격이 드러나는 것 아니겠나. 나도 ‘경선은 시켜야하나’ 갈등했지만 결국 홍 전 대표가 2018년 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져야 했다. ‘홍준표 대 김두관’이 됐다간 무상급식 중단 이슈가 커져 경남 선거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도 봤다.”

―이번 공천으로 제1당이 될 수 있나.

“말을 강가로 데리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먹는 건 결국 말이다. 함부로 건방지게 제1당 얘기를 해선 안 된다. 이제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은 황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똘똘 뭉쳐 문재인 정권 심판에 총력을 다해야 할 때다.”

조동주 djc@donga.com·이지훈 기자
#김형오#공천위원장 사퇴#미래통합당#21대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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