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둔 가운데, 캐리 람 행정장관은 26일(현지 시간) “5대 요구 수용에 대한 재고는 없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지난 24일 치러진 구의원 선거에서 야당인 범민주파가 친중·친정부인 건제(建制)파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승리했다. 18개 구의 선거구 452곳 가운데 범민주파는 388석을 휩쓸어 구의회의 약 86%를 장악한 반면 건제파는 60석(13.3%)에 그쳤다. 범민주파는 18개 구 중 17개 구에서 다수당이 됐다. 홍콩 민심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람 장관은 유권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시민들의 의견을 겸허하게 듣고 진지하게 반영하겠다”며 “상당수가 이번 결과는 현 상황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과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를 반영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26일 다시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람 장관이 이날 홍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위대가 말하는 5대 요구 수용에 대한 재고는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완전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조사위원회 설치 △시위대에 대한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다.
이중 송환법은 이미 철회됐지만, 5대 요구 전면 수용은 비현실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선거에서 압승한 범민주파 진영은 일부 시위대가 경찰에 맞서고 있는 홍콩 이공대를 방문한 데 이어 5대 요구 사항을 캐리 람 정부가 모두 수용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이에 람 장관은 “불안정한 사회 상황과 폭력을 둘러싼 정부의 잘못에 대해 다수 유권자가 투표했다”면서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시민들의 정부에 대한 뿌리깊은 불만은 인식하고 있지만 범민주진영에 대한 새로운 양보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여전히 람 장관을 확고히 지지한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중국 중앙정부는 특별행정구 당국의 캐리 람 리더십을 확고하게 지지한다”며 “국가 주권과 안보를 지키려는 중국 정부의 결의는 흔들리지 않는다. 한 국가 두 체제 시스템을 지키겠다는 결의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도 선거 결과와 관련해 “홍콩은 무슨 일이 있어도 중국의 일부로 남을 것”이라며 “홍콩에 혼란을 일으키려 하거나 홍콩의 안정과 번영을 해치려는 그 어떠한 노력도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언론은 선거 결과를 깎아내렸다. 차이나데일리는 논평을 통해 “사람들이 감히 반대 의견을 말하기 어려운 폭도들의 테러 그림자 아래에서 살아갈 때, 선거 결과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대변하는지는 말하기 어렵다”고 강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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