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4일 북미정상회담 추진설이 나온 것과 관련해 “사소한 오판이나 헛디딤도 치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후과(後果)를 초래하게 될 지금과 같은 예민한 때에 북미 관계의 현 실태를 무시한 정상회담설이 여론화되고 있는데 대해 아연함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 제1부상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담화에서 “미국이 아직도 협상 같은 것을 가지고 우리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 제1부상은 “우리의 기억에서마저도 삭막하게 잊혀져가던 ‘북미정상회담’이라는 말이 며칠 전부터 화제에 오르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며 “당사자인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의식하지 않고, 섣부르게 중재의사를 표명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 북미정상회담을 진행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미국 집권층이 공감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려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AP통신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익명의 트럼프 행정부 인사를 인용해 “미국이 대화 재개를 위해 북한의 의중을 살피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올 11월 대선 직전인 10월경 ‘깜짝 선물’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 선물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 ‘낮은 단계’의 합의가 될 수도 있다는 예측도 제기됐다.
이를 두고 최 제1부상은 “지어는 그 무슨 ‘10월의 뜻밖의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명하면서 우리의 비핵화 조치를 조건부적인 제재 완화와 바꾸어 먹을 수 있다고 보는 공상가들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이미 이룩된 북미정상회담 합의도 안중에 없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는 미국과 과연 대화나 거래가 성립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우리와 판을 새롭게 짤 용단을 내릴 의지도 없는 미국이 어떤 잔꾀를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오겠는가 하는 것은 구태여 만나보지 않아도 뻔하다”며 “우리는 이미 미국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전략적계산표를 짜놓고 있다”고 했다.
끝으로 “그 누구의 국내 정치 일정과 같은 외부적 변수에 따라 우리 국가의 정책이 조절 변경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더 긴말할 것도 없다. 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루어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앉을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