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측이 28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직권조사를 요청했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들은 이날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서울시장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촉구 공동행동’ 기자회견을 열고 직권조사 발동 요청서를 제출했다.
요청서에는 8가지 제도개선 요구사항을 담았다. 서울시 및 공공기관 등서 기관장 비서를 채용하는 기준에 성차별적 요소 파악과 제도개선, 박 전 시장의 피해자에 대한 지속적 성추행과 성적 괴롭힘 사실 인정과 피해구제를 위한 적절한 조치, 서울시 관계자들의 방조 의혹·인사이동 요청이 묵살된 경위와 관련자들에 대한 문책 및 재발방지 조치, 고소 사실 누설 경위 등 의혹 전반에 대한 진상조사와 제도개선 등이다.
피해자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우리가 진정 형식이 아닌 직권조사를 요청하는 이유는 피해자가 주장하는 범위 넘어서는 범위에 대해서도 인권위가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을 조사하고 제도 개선을 권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의 말처럼 인권위 직권 조사는 피해자에 대해 인권이 침해된 근거가 있을 때 위원회가 직권으로 조사에 착수하는 방식으로, 피해자가 진정을 제기하는 범위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조사보다 조사 영역이 더 넓어질 수 있다.
해당 피해자에 대한 성추행 의혹은 물론 서울시 내 성추행 피해자 보호 절차 등 시스템 전반에 대해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한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서울시에 인권을, 여성 노동자에게 평등을 요구하기 위해 모였다”며 “성폭력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시스템과 사회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왜 이런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는지, 서울시 성희롱 매뉴얼은 어디서 멈췄는지 공정하게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며 “그 끝은 피해자를 비롯한 모든 여성이 정당하게 승진하고 정년퇴직할 수 있는 서울시가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동행동에는 여성단체 활동가와 일반 시민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보랏빛 우산을 들고 서울시청 광장을 행진하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보라색은 여성의 존엄을 의미하며 미투운동의 상징색으로 쓰이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피해자와의 연대 메시지를 담은 피켓도 들었다. ‘공소권없음이 은폐의 도구가 돼서는 안 됩니다’, ‘당신이 안전한 일상으로 돌아올 그날까지 분노하고 목소리 내며 함께 싸우겠습니다’, ‘피해자의 용기 앞에서 도망쳐버린 가해자에게 함께 분노하겠습니다’는 문구의 피켓을 들고 “서울시에 인권을, 여성노동자에게 평등을” 등의 구호를 외쳤다.
김진하 동아닷컴 기자 jhjinha@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