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진 황당 해명에…“33살이 파티룸이 뭔지 모를리가”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12월 30일 14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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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의회 채우진(더불어민주당·33) 구의원. 사진=페이스북
서울 마포구의회 채우진(더불어민주당·33) 구의원. 사진=페이스북
공직자로서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점도 화가 나지만 변명이 어처구니가 없다. 87년생이 파티룸이 뭔지 모를리가….

파티룸에서 심야 술파티를 하다가 적발된 서울 마포구의회 채우진(더불어민주당·33) 구의원의 해명에 오현주 정의당 마포구 지역위원장이 지적한 말이다.

채 의원은 지난 28일 밤 11시경 마포구 합정역 인근의 한 파티룸에서 ‘5인 모임’을 하다가 경찰과 구청 단속팀에 적발됐다. 당시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는 취지의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이 출동하자 채 의원 등은 노래를 틀어놓고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채 의원은 현재 지역 주민의 민원을 듣기 위해 참석한 자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적인 업무수행은 ‘5인 이상 집합금지’ 예외조항에 해당된다.

파티룸인지 정말 몰랐나
채 의원은 29일 동아닷컴에 “파티룸이 아니라 사무실인 줄 알았다”며 “(파티룸) 주인과 경찰이 얘기하는 과정에서 파티룸인 걸 뒤늦게 파악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채 의원의 말은 다소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서울 마포구의회 채우진(더불어민주당·33) 구의원이 지난 28일 밤 11시경 방문한 마포구의 한 파티룸. 사진=업체 등록
서울 마포구의회 채우진(더불어민주당·33) 구의원이 지난 28일 밤 11시경 방문한 마포구의 한 파티룸. 사진=업체 등록


해당 파티룸 예약 페이지에는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최고급 인테리어와 럭셔리한 공간’ ‘클럽으로 변신 가능한 빵빵한 사운드와 디엠프’ ‘다이나믹한 레이져 조명 사운드에 따라 색다른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라는 소개 문구가 적혀 있다.

파티룸 내부를 살펴봐도 업무를 보기에 부적절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급스러운 샹들리에와 가구들이 배치돼 있고, 각종 소품들이 진열돼 있다. 부엌은 바(Bar) 형식으로 와인잔이 걸려 있고, 아일랜드 식탁도 있다. 옆에는 강아지 모양의 세련된 스피커와 아이언맨 조명, 8인용 식탁도 있다.

거실에 있는 낮은 소파와 식탁도 업무 장소로는 부적합해 보인다. 2층에 개인용 책상 2개가 있지만 이용자 후기에 따르면 바로 옆에 있는 콘솔 게임기처럼 업무와는 무관해 보인다.

서울 마포구의회 채우진(더불어민주당·33) 구의원 페이스북
서울 마포구의회 채우진(더불어민주당·33) 구의원 페이스북


누리꾼들도 채 의원의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에 “사무실인지 파티룸인지도 구분 못하는 양반이 구의원을 하고 있느냐” “해명이 말이냐 방귀냐” “인정할 건 깔끔하게 인정하라”고 지적했다.
대여비 27만 5000원…늦은 밤 모임
채 의원은 29일 ‘간담회였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아니다. 늦은 시간이어서 그럴 수도 없었다. 지역 자영업자들을 소개받는 자리였고, 인사차 들른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네 분은 술을 드셨지만, 나는 술을 안 마셨다”고 주장했다.

다만 관련 기사가 나가고 논란이 일자, 채 의원은 먼저 전화를 걸어 “단순 소개가 아니라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듣기 위해 나간 것”이라며 “기사를 정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초 ‘간담회가 아니다’라고 말한 채 의원이 논란을 수습하려 ‘코로나19’를 언급하면서 해명을 번복한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사 같은 공적 장소가 아닌 사적 자리에서 밤 11시에 간담회를 했다는 점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려고 방역 대책을 무시한 점 △파티룸의 대여비가 고가라는 점에서 또다시 의문이 생긴다.

서울 마포구의회 채우진(더불어민주당·33) 구의원이 지난 28일 밤 11시경 방문한 마포구 모 파티룸의 예약 화면. 사진=업체 예약사이트 갈무리
서울 마포구의회 채우진(더불어민주당·33) 구의원이 지난 28일 밤 11시경 방문한 마포구 모 파티룸의 예약 화면. 사진=업체 예약사이트 갈무리


특히 채 의원이 머물렀던 당시의 파티룸 대여비는 27만 5000원(평일 오후 7시~익일 오전 2시)이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빌렸다고 보기엔 고가로, 채 의원의 해명에 진정성이 떨어지는 부분이다.

이 같은 채 의원의 해명에 30일 누리꾼들은 젊은 정치인이 거리두기에 지친 국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냈다고 비판했다. 채 의원의 해명에 역풍이 분 셈이다.

민주당 당원들도 “당에 정식으로 이의제기 하겠다” “정청래 의원은 채 의원을 도려내라”고 밝혔다. 한 자영업자는 “파티룸 운영 금지로 인해서 수백만 원을 (고객에) 전액 환불해드리고 집에서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있는데 참 허무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서울 마포구의회 채우진(더불어민주당·33) 구의원 인스타그램
서울 마포구의회 채우진(더불어민주당·33) 구의원 인스타그램


국민의힘도 논평을 통해 “사무실인 줄 알았다며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들어주는 자리라는 변명이 구차하다”며 “최소한의 염치가 있다면 민주당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채 의원 스스로도 의원 자격이 있는지 돌아보라. 사퇴가 답”이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마포구위원회는 “정말 집합금지 대상에서 예외인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면 말이 아닌 모두가 납득할만한 근거를 스스로 내 놓아야 할 것”이라며 “해당 파티룸은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호화 파티룸’으로 외관만 보더라도 일반 사업장이 아님을 단번에 알 수 있는 곳이다. 이러한 채 의원의 면피성 거짓 변명은 주민의 분노만 돋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비난을 의식한 듯 채 의원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의 댓글 기능을 막아놓고, 일부 페이스북 게시글을 삭제했다.

한편 채 의원은 정청래 민주당 의원실 비서관 출신으로, 지난 2018년 제8대 마포구의회 의원으로 선출됐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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