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약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세계를 멸망시킬 것”이라며 500여 명 분량의 모더나 백신을 폐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위스콘신주의 스티븐 브랜던버그(46·남)는 모더나 백신 57병을 오염시킨 혐의로 지난달 31일 체포됐다. 이는 500명 이상에게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이라고 수사 당국은 설명했다.
그래프턴 경찰은 브랜던버그가 지난달 24∼25일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인 ‘애드버킷 오로라 헬스(AAH)’의 냉장고에서 모더나 백신 57병을 고의로 꺼내 밤새 상온에 놔뒀다고 밝혔다.
브랜던버그는 이후 백신을 냉장고에 넣었다가 25∼26일 밤에 다시 상온에 노출시켰다. 모더나 백신은 영하 20도에서 보관해야 하며 상온에서는 12시간까지 보관할 수 있다.
브랜던버그는 처음에 냉장고 안쪽에 있던 물품을 꺼내기 위해 백신을 빼놨다가 다시 넣는 걸 깜빡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수사가 계속되자 결국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브랜던버그는 음모론자로, 수사관들에게 “백신은 안전하지 않으며 인간 DNA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사람들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담당하는 아담 제롤 검사는 원격 화상 재판에서 “브랜던버그는 백신이 안전하지 않다는 믿음을 스스로 만들어냈으며 부인과의 이혼 문제로 이성을 잃은 상태”라고 밝혔다. 병원 직원 한 명도 브란덴버그가 두 번이나 총기를 소지한 채 출근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해당 백신은 모두 폐기된 상태다. 경찰은 폐기된 백신의 가치를 8000 달러~1만1000 달러(약 870만 원~1196만 원)로 추산하고 있다.
오로라 병원 측은 해당 백신이 효능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백신 잔여분을 압수해 모더나 측에 백신의 효과가 있는지 여부를 의뢰한 상태다. 검찰은 결과에 따라 브란덴버그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브랜던버그에게 1만 달러(약 1087만 원)의 보석금을 책정하고, 의약 관련 업무에 더는 종사하지 말 것과 오로라 직원들과 접촉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
브란덴버그는 아내와 이혼 소송 중이며 슬하에 두 자녀를 두고 있다. 부인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지난 6일 아내에게 정수기와 식량을 가져다주면서 “세계가 멸망하고 있다. 정부가 사이버 공격을 계획 중이며 전력망도 차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부인은 남편이 총기를 소지한 채 식품을 사재기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며 신고했다. 법 집행위원은 부부의 자녀가 위험에 처해있다고 판단해 아빠 브란덴버그와의 접촉을 일시적으로 금지시켰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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