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청원에 ‘시무7조’를 써 이름을 알린 진인 조은산이 11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해 “이번 대선은 포기하고 다음 대선을 노려보시는 게 어떻겠나”라고 권했다. 또 그래도 반드시 이번 대선에 출마하겠다면 ‘조건부 기본소득’ 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조은산은 이날 오전 자신의 블로그에 ‘이재명 그리고 룰라’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재명 지사의 페이스북 피드를 보니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민주주의의 위기’편을 꽤 감명 깊게 보신 것 같다”며 “노동자 출신의 브라질 35대 대통령 룰라 다 시우바 다큐멘터리를 통해 룰라와 그 후임자의 부정부패 연루, 편향된 언론의 공격, 지지율의 급락 그리고 탄핵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보며 이 지사가 과연 무엇을 느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앞서 여권 내에서는 ‘사법쿠데타’론이 나온 데 이어 너도나도 넷플릭스 영화 ‘위기의 민주주의’를 강추하고 나섰다. 김어준의 팟캐스트에서 이 영화를 인용해 ‘연성(軟性) 쿠데타’ 개념을 제기하더니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이어 이재명 지사도 영화를 거론했다. 일각에서는 조국 수사와 윤석열 징계 무효 판결을 브라질 상황과 매칭시키기도 했다.
이 지사는 지난 3일 페이스북에 이 영화를 언급하며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하기엔 기시감이 든다. 일각에서 문재인 정부가 적폐 청산과 검찰개혁에 몰두하는 것을 비판하나, 이렇듯 시민의 삶과 기득권 구조 개혁은 분리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촛불은 불의한 정치 권력은 물론 우리 사회 강고한 기득권의 벽을 모두 무너뜨리라는 명령”이라며 “검찰개혁, 사법개혁은 물론 재벌, 언론, 금융, 관료 권력을 개혁하는 것으로 지체없이 나아가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조은산은 “그가 어느 정치인을 객체로 해 그 과정에 대입시키며 다큐에 몰두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문재인 대통령일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만 가능할 뿐”이라며 “다만 어느 보수주의자가 그 과정에 이명박, 박근혜 전대통령을 대입시켜 내용을 각색했더라도 스토리의 전개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 역시 민주주의의 위기라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촛불, 기득권 청산’과 같은 단어들이 자주 보이는데 그가 말하는 촛불이 광화문의 촛불을 말하는 건지, 조국 수호를 위한 서초동 촛불을 말하는 건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고 했다.
또 “기득권은 도대체 누굴 지칭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며 “이 지사가 말하는 기득권이 ‘가붕개’론의 창시자이자 입시 비리의 종결자 조국을 말하는 건지, 아픔과 치유의 기생충 윤미향을 말하는 건지, 노동자가 같은 노동자의 피를 빨아먹는 억대 연봉의 귀족 노조를 말하는 건지 알 수 없다”고 비꼬았다.
그는 “이재명 지사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기본소득론에 관해 몇 가지 제안을 해 볼까 한다”며 먼저 “이번 대선은 포기하고 다음 대선을 노려보시는 게 어떻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룰라 다 시우바가 되고 싶으신가”라며 “노동자 출신의 룰라는 급진 좌파적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하고 연이어 대선에 참패했으며 결국 중도적 이미지로 쇄신한 이후, 브라질의 35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무려 30년에 가까운 긴 시간이 앞섰음에도, 당시 브라질 국민들은 반기업 정서와 기업과 노동자 간의 분열로 사회 혼란을 야기할 룰라의 급진적 정책들에 대해 반기를 들은 것이다. 이 점을 이 지사는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은산은 “그래도 대선에 기꺼이 출마하시겠다면 ‘조건부 기본소득’을 제안하겠다”며 룰라를 또다시 예로 소개했다.
그는 “룰라가 당선된 후 ‘보우사 파밀리아’라는 사회 보장성 성격이 짙은, 강력한 분배 정책을 추진했는데 조건이 있었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 교육을 시킬 것’과 ‘15프로 이하의 결석률을 유지할 것’이었다”며 “조건 없는 무차별적 복지를 룰라 스스로 경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가 부득이 기본소득 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재정 여건에 따라서 그 금액을 정하시되 ‘이미 취업을 해서 월급을 받고 있는 직장인 및 소득이 있는 사업자’ 에 한정해 기본 소득을 지급하시는 게 어떻겠는가”라고 했다.
아울러 “경제활동인구의 선순환을 위해 기업을 활성화하고 사업의 확장을 통해 국내 투자와 고용의 확대를 유도하는 ‘친기업적 정치인으로의 전향’을 제안한다”고도 했다.
조은산은 이 지사가 자신의 제안을 모두 받아들인다면 “이 지사의 기본소득론에 무조건적인 찬성을 표함과 동시에 지금 당장이라도 커밍아웃해 민주당 당원이 되고자 입당 서류를 제출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이어 “차후에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뛰어드신다면, 아마 플랜카드로 뒤덮인 포터 차량 위에서 이재명 도지사님의 지지를 호소하는 진인 조은산의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진하 동아닷컴 기자 jhji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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