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며 혼돈을 겪고 있는 미국에서 의료 상황을 보도하던 CNN 기자가 생방송 도중 눈물을 터뜨렸다.
사라 시드너 CNN 기자는 12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의 한 코로나19 치료 병원을 찾아 의료진과 환자, 가족과 인터뷰를 나눴다. 캘리포니아주는 현재 하루 3만 명 가량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며 병실과 병원 의료 인력이 한계에 이른 상태다.
시드너는 취재 중 지난 11일 코로나19로 어머니와 양아버지를 잃은 세스마를 만났다. 그녀는 장례식장이 부족한 탓에 병원 주차장에서 부모의 장례를 치르고 있었다. 세스마는 시드너와의 인터뷰에서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끝까지 예방수칙을 지켜달라”고 미국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인터뷰가 끝난 뒤 시드너는 리포트를 마무리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이 병원이 내가 방문한 10번째 병원…” 그러나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주차장에서 장례를 치르는 참혹한 현장과 세스마의 간절한 호소에 마음이 저려 눈물이 차오른 탓이었다.
그는 연신 “죄송하다”고 말하며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채 흐느꼈다. 이에 앵커 엘리슨 카메로타는 “당신의 슬픔은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집단적 슬픔이며 트라우마다. 미안해할 필요 없다. 그 감정을 이해한다”며 시드너를 감쌌다.
다음날 시드너는 CNN 홈페이지에 당시 느꼈던 감정에 대해 설명한 기고문을 올렸다. 그는 방역 수칙을 무시하는 사람들에 분노하고 주차장에서 부모님의 장례를 치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암담해 눈물을 흘렸다고 밝혔다.
시드너는 세스마의 사정을 듣고 충격받았다며 “부모가 없는 빈집에서 홀로 아침을 맞이할 그녀를 떠올려봤다. 가족과 사별하는 것만큼 외롭고 고통스러운 일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름답지만 불완전한 미국에서 뚜렷하게 다른 두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말할 수 없다”라며 “한쪽은 현실에, 한쪽은 음모와 부족주의에 바탕을 둔 세상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10개의 병원을 방문하며 전국의 중환자실에서 사람들이 고통에 몸부림치고 죽어가는 것을 목격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피로에 지쳐 1년이 되도록 전염병과 싸우고 있었다”라며 “그런데 집 근처 주유소에서는 멍청이처럼 왜 마스크를 쓰고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여러분은 내 눈물에서 분노를 보았을 것이다. 나는 미국이 걱정된다. 코로나가 걱정된다”고 남겼다.
시드나의 고백에 SNS상에서 확산하며 누리꾼들은 “영상을 보고 함께 울었다”, “당신의 심정을 이해한다” 등 응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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