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설원을 활강하던 스노우보더가 갑작스러운 눈사태에 휘말렸다. 하지만 다행히도 구조 장비 덕에 목숨을 건졌다.
18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아마추어 스노우보더인 모리스 커빈(25·남)은 미국 콜로라도주 서밋 카운티의 노 네임 피크에서 보드를 타면서 새하얀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매끈했던 땅이 ‘쩍’하고 갈라지더니 굉음과 함께 크고 작은 눈덩이들이 굴러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윽고 엄청난 양의 눈이 쏟아져 커빈을 덮쳤고, 그는 속절없이 뒹굴며 계속 미끄러졌다.
커빈은 당황했지만 메고 있던 눈사태용 에어백을 재빨리 펼쳤다. 일반적으로 눈사태 발생 시 큰 물체들은 표면에 뜨지만 작은 물체들은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눈사태용 에어백은 줄을 잡아당기면 부피가 커져 사람이 눈 위로 뜨게 만든다.
에어백 덕분에 눈에 파묻히지 않은 커빈은 약 300m를 내려간 뒤에야 눈 위에 발을 디딜 수 있게 됐다. 약 1분 후 눈사태가 멎자 커빈이 연신 “난 괜찮다, 난 멀쩡하다”라고 외치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
커빈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눈사태에 경외심을 느꼈고 내가 다치지 않고 살아있음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눈사태는 확실히 사람을 묻어버리고, 짓이기고, 죽일 수도 있었다”면서 “매우 강렬했다”고 회상했다.
친구와 종종 오지로 스키를 타러 다니던 커빈은 이번에도 비탈면 상태를 보고 안전성을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커빈이 올린 다른 영상에도 그들이 비탈면을 점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활강에 나선 지 몇 분 되지 않아 이들은 눈사태에 휘말렸다.
커빈은 “우리는 안전하다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지 않았다”면서 “내가 했던 짓을 그 누구도 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콜로라도 눈사태 정보센터(CAIC)에 따르면 눈사태의 90%가 인간에 의해 발생하며 특히 콜로라도 지역에서는 1년에 약 4000건의 눈사태가 발생한다. 미국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해마다 약 27명이 눈사태로 사망했으며 작년 한 해에만 23명이 사망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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