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주차장에서 자동차를 훔쳐 달아난 도둑이 뒷좌석에 혼자 타고 있던 어린 아이를 뒤늦게 발견하고 되돌아와 오히려 아이 엄마를 따끔하게 혼내는 사건이 발생했다.
18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지난 16일 미국 오리건주 비버턴 지역의 식료품점 ‘베이직스 미트 마켓’ 주차장에서 한 남성이 시동이 걸린 채 주차된 차량을 훔쳐 타고 달아났다.
이 남성은 얼마 지나지 않아 뒷자리에 있던 4살짜리 아이를 발견했다.
그는 바로 주차장으로 되돌아와 아이의 어머니인 크리스탈 리어리를 찾았다. 그리고 “아이를 혼자 두다니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리어리를 질책했다.
이 남성은 리어리에게 아이를 데려가라고 말한 뒤 다시 차를 끌고 유유히 도주했다. 아이는 다행히 다친 곳 없이 무사했다.
미국에선 집이나 차에 어린이를 방치하는 것을 범죄로 여긴다. 처벌 방식은 주마다 다르지만 8~18세 어린이·청소년을 방치했다가 적발되면 자녀들은 보호시설로 옮겨지고 부모는 처벌받는다. 방치 아동을 발견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벌금형이 내려질 수 있다.
이날 리어리는 차에 열쇠를 꽂아놓은 채 불과 4.5m 떨어진 마켓에서 장을 보고 있었다. 그는 “방심하는 게 얼마나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깨달았다”며 “내가 너무 어리석었다. 다시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성이 훔친 리어리의 자동차는 몇 시간 후 약 13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비버턴 경찰은 용의자의 신원을 아직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측은 “용의자가 아이를 다시 데려오는 예의를 지닌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이 아이를 키우는 우리 모두에게 좋은 교훈이 됐다”면서 가정에서 아이들의 안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요구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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