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9억 원을 넘는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이 사실상 중단됐다. 하지만 일부 외국인들이 이를 비웃듯 고가주택을 구입하면서 수십억 원의 대출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눈길을 끌고 있다.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중국인 A씨는 지난해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78억 원짜리 주택을 매입하면서 국내은행에서 대금의 76%에 해당하는 59억 원을 대출받았다.
미국인 B씨도 지난해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있는 주택 일부를 12억 8800만 원에 매입하면서 5억 원을 주택담보대출로 조달했다. B씨는 동자동 단독주택과 강원 고성군에 있는 상가주택 등 주택 3채를 보유한 다주택자였다. 그는 동자동 주택을 매입하면서 고성군 상가주택을 담보로 사용하기까지 했다.
정부는 2017년 서울 전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9억 원 이상 고가 주택 구입 시 실거주 목적을 제외한 주택담보대출을 사실상 금지했다. 하지만 이들이 사들인 주택은 근린생활시설을 포함한 상가주택으로 이런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서울에서도 상가나 상가주택의 경우에는 감정가격의 60~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이들처럼 국내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외국인은 상당수다. 또 그 숫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소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지역 외국인이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제출한 주택자금조달계획서는 모두 1793건. 이는 전년도(1128건) 1년 전체 제출건수보다 59%나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40%가량인 691명은 임대를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한 것이었다.
소 의원은 이와 관련 “최근 국내에서 임대사업을 위해 부동산을 매입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다”며 “이들이 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정부의 대출 규제를 받지 않는 상가 또는 상가주택으로 눈을 돌리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은행법’과 ‘은행업 감독규정’을 개정해 상가 및 상가주택에 대한 담보인정비율와 총부채상환비율을 도입하는 등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소 의원에 따르면 호주도 2012년 이후 이민인구와 중국인의 부동산 투자가 급증하면서 주택가격이 상승하자 국내소득이 없는 외국인의 대출을 금지하고, 금융건전성 제고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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