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낙방한 아들 때려 숨지게 한 母…스님은 말리지 않았다?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1월 29일 10시 07분


아들 절 도착한 날 5000만원 받는 보험 가입
수익자는 사찰 관계자
스님 “보험금은 유족에게 주려고 했다” 반박

MBC 뉴스데스크 방송 화면
MBC 뉴스데스크 방송 화면
경북의 한 절에서 어머니가 아들을 2시간 반가량 폭행하고 1시간 가까이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런데 당시 절에 있던 주지 스님을 비롯한 3명이 이를 목격했음에도 말리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들의 아버지는 보험금을 위한 ‘계획된 사고’라고 주장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경북 청도경찰서가 자신의 아들 권 씨(35)를 숨지게 한 김 씨(64)를 상해치사 혐의로 대구지방검찰청에 넘겼다고 2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경북 청도 부근의 팔조령의 한 사찰에서 권 씨가 호흡 곤란으로 쓰러졌다는 119신고가 접수됐다.

권 씨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부검 결과 단순 호흡곤란이 아닌 외부 힘에 의한 과다출혈로 숨진 것으로 드러났으며 온몸의 46%가 손상된 상태였다.

신고를 한 권 씨의 어머니 김 씨는 “구타를 하던 중 아들이 쓰러졌다”고 자백했다.

CCTV 확인 결과, 김 씨는 권 씨가 생활하던 거실 한복판에서 길이 1m짜리 대나무로 2시간 40분간 권 씨를 폭행했다.

권 씨가 도망가면 붙잡아 다시 때렸으며 권 씨가 쓰러진 뒤에는 50분이 지나도록 지켜만 봤다.

경찰 조사에서 김 씨는 “쇼한다고 생각했다”며 “(아들이) 절에서 규칙을 어겨 쫓겨날 위기에 처하자 화가 나 매질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살해 의도는 없었다”는 김 씨의 진술을 받아들여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권 씨는 이 절에서 두 달 전부터 숙식하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권 씨가 공무원 시험에서 4차례 낙방하자 김 씨가 “시험 또 떨어졌으니 절에 가서 정신 차려라”라며 권 씨를 이 절로 데려간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권 씨의 아버지는 우발적인 사고가 아닐 수도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주지 스님이 아내에게) 귀신이 7명씩 있다고 했다. 귀신 한 명 떼어내는 데 두당 1백만 원 해서 7백만 원 받겠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당시 주지 스님과 신도 2명은 폭행을 보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권 씨가 일반 상해치사로 사망할 시 5000만 원을 수령하는 운전자 보험에 가입돼 있었는데 수익자가 사찰 관계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권 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절에) 도착한 날에 보험을 가입했다. 개인적으로 계획적 살인, 보험 사기극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주지 스님은 이 같은 의혹에 “운전자보험은 신도 모두에게 들어준 것으로, 보험금은 유족에게 줄 생각이었다”며 반박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김 씨는 현재 불구속 상태로 절을 오가며 법적 대응에 도움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김 씨는 “절과는 아무 관계가 없고 범행을 후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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