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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집에 갇힌 원숭이…한순간 지옥된 대구 동물원
동아닷컴
업데이트
2021-02-03 15:01
2021년 2월 3일 15시 01분
입력
2021-02-03 14:05
2021년 2월 3일 14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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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으로 고드름이 언 전시실에서 당근을 먹고 있는 원숭이. 사진=블로그 ‘금빛실타래’
대구의 한 동물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운영이 어려워지자, 동물들을 열악한 환경에 방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3일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 등에 따르면 대구에 있는 A 동물원은 코로나19에 따른 운영난으로 지난해 11월 휴장했다. 동물 대부분은 인근 다른 동물원으로 옮겨졌지만, 낙타와 원숭이 등 야외에서 생활하는 동물 일부는 여전히 A 동물원에 남아있었다.
비구협은 A 동물원이 남은 동물들에게 물과 사료를 제대로 공급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보다 못한 인근 주민은 방치된 동물들에게 물과 사료를 주고 배설물을 치우기도 했다.
주민 B 씨는 블로그를 통해 “동물들의 밥그릇을 보고 헛구역질이 나왔다. 현장은 정말 처참했다”며 “배설물이 바닥처럼 다져진 상태였다. 냄새도 지독했다”고 적었다. 이어 “목이 많이 마를 것 같아 물을 줬더니 머리를 박아 가면서까지 잘 먹더라”고 덧붙였다.
B 씨는 원숭이가 고드름이 생길 정도로 추운 전시실에 갇혀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공개했다. 사진을 보면 전시실의 천장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원숭이 한 마리는 이곳에서 겨울 칼바람을 직격으로 맞으면서 견뎠다.
사진=블로그 ‘금빛실타래’
사진=블로그 ‘금빛실타래’
다른 동물들도 처지는 비슷했다. 라쿤, 낙타, 거위 등은 물도 사료도 없이 하루하루를 버텼다.
하지만 주민 몇몇이 이 동물들을 모두 돌보는 것은 무리였다.
비구협 측은 “휴장 후 원숭이, 낙타, 라쿤 등이 배설물로 뒤범벅된 사육 공간에서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야 했다”며 “동물들을 보살피던 주민이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을 통해 도움을 받았고, 비구협이 구조를 진행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동물원으로 등록된 시설은 휴장여부와 관계없이 관할 시청과 환경청 등에서 관리 소홀 여부를 점검한다.
대구시는 문제가 된 동물원의 현장 점검 등에서 학대 행위를 확인할 경우 관련법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까지 학대 행위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게 대구시 측 설명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어제 A 동물원을 방문했으며 비구협이 제기한 학대 행위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동물원 측도 학대 사실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오늘 중 전문가와 함께 다시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블로그 ‘금빛실타래’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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