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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로 ‘블랙아웃’된 10대와 모텔간 男 …대법 “동의해도 성추행” 첫판례
동아닷컴
업데이트
2021-02-21 12:55
2021년 2월 21일 12시 55분
입력
2021-02-21 12:51
2021년 2월 21일 12시 51분
조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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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이 성적 관계를 맺는데 동의했다고 해도 음주 등으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블랙아웃’의 상태였다면 강제추행죄가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은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앞서 2017년 2월 새벽 경찰 공무원인 A 씨는 당시 18세였던 피해자 B 양을 우연히 만나 안양시 한 모텔로 데려간 뒤 입을 맞추고 신체를 만졌다.
B 양은 평소 주량보다 술을 많이 마신 상태였고 친구들과 노래방에 갔다가 외투와 휴대전화를 노래방에 둔 채 화장실을 갔다가 A 씨를 만난 뒤 일행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이에 B 양의 친구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친구의 신고로 경찰은 현장에서 A 씨를 체포했고 그를 준강제추행혐의로 기소했다. 피해자가 음주 등의 영향으로 저항할 수 없는 상태임을 이용해 강제추행을 했다는 것이다.
1심에서 재판부는 A 씨의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B 양이 추운 겨울 외투도 입지 않은 채 함께 노래방에 간 일행을 찾아갈 생각도 하지 못한 점 등에 비춰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잃은 상태”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은 ‘첫눈에 서로 불꽃이 튀었다’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어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1심과 달리 2심에서 재판부는 A 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모텔 CCTV상 B 양이 비틀대거나 부축을 받는 모습 없이 자발적으로 이동했으며, 모텔 직원도 “두 사람이 편안히 모텔로 들어갔다”고 진술한 점을 근거로 B 씨가 심신상실 상태가 아니라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을 뒤집고 유죄판결을 냈다.
재판부는 B 양이 당시 일행과 소지품을 찾지 못했고, 처음 만난 사람과 모텔에서 무방비 상태로 잠든 점 등을 비춰 심신상실 상태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친구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모텔방으로 찾아온 것을 알면서도 B 양이 옷을 벗은 상태로 잠든 점을 언급하며 “판단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해자가 의식상실 상태는 아니지만 알코올 영향으로 추행에 저항할 수 있는 증력이 떨어진 상태였다면 준강간죄나 준강제추행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필름이 끊겼다는 진술만으로 알코올 블랙아웃의 가능성을 쉽게 인정해선 안 된다”며 충분한 심리를 통해 심신상실 여부를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알코올 블랙아웃을 심신상실 상태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본 첫 대법원 판례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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