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무원의 ‘시보떡’ 관행이 논란이 된 가운데 공무원 조직 내에서는 “‘국·과장 모시는 날’이 더 문제”라는 불만이 흘러나왔다.
‘시보떡’ 관행이 공론화된 지난 18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시보떡 말고도 악습 문화는 더 있다. 팀별로 돌아가며 ‘국·과장 모시는 날(4·5급이 7~9급한테 얻어먹음)’ ‘시보떡보다 과장 모시는 날이 더 문제 아니냐’ 등의 글이 올라왔다.
글에 따르면 “왜 돈도 없는 8·9급이 돌아가면서 5급 과장 모신다면서 돈 모아 점심을 사줘야 하는지…일주일에 1~2번 사주는데 팀마다 돌아가면서 매일 사주니까 과장 입장에선 매일 점심을 얻어먹는 거다. 진짜 이상한 풍습. 제발 과장 식사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다른 글에서도 “진짜 이해 안 가서 선배들한테 왜 ‘국장, 과장들과 날짜 정해놓고 같이 밥 먹는거냐’고 물어봤더니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 매일 팀별로 돌아가면서 먹어주는 거라더라. 그럼 공짜밥 얻어먹지 말고 최소한 밥값은 알아서 냈으면 좋겠다”라는 불만이 제기됐다.
댓글에는 그동안 참고 있던 것으로 보이는 공무원들의 공감이 이어졌다. 대다수는 “시보떡보다 이게 더 어이없었다”, “우리도 팀비로 돌아가면서 과장 밥값내줌”, “돈도 안 내면서 입맛도 까다로움”, “나보다 몇 배는 더 벌면서 얻어먹는데 부끄러워하지 않음”, “1년에 1~2번도 아니고 매달 해야함”, “모신다는 말 자체도 싫다” 등 토로했다.
‘과장 모시기’ 관행 논란은 이전부터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 도청 공무원노동조합에는 ‘과 주무계에서 계마다 돌아가면서 과장을 모시라고 했다. 모실 때마다 밖으로 나가는데 그 돈은 어디서 나오는지? 모시는 날 없애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도 “국과장 점심은 주무계에서 챙기면 안 되냐. 밥 사드릴 돈도 없고 불편하다”, “과장들이 혼밥하는 문화가 생기면 좋겠다”, “월급도 2~3배 받으면서 얻어먹는 문화는 사라져야 하지 않겠냐” 등 동의하는 댓글이 달렸다.
일각에선 문제 제기를 해도 없어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상급자에 아부하는 인간들이 ‘과장의 쓸쓸한 뒷모습이 안 보이냐. 너는 나중에 과장 안 될 것 같냐. 정 없는 사람들아’ 이러면서 반대하더라”고도 덧붙였다.
앞서 인터넷상에는 ‘시보(試補)’ 기간을 끝낸 새내기 공무원이 동료들에 감사 의미로 돌리는 이른바 ‘시보떡’으로 인해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던 사연이 올라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글쓴이는 “시보를 끝낸 동기가 형편이 어려운 탓에 백설기 하나만 돌렸더니 옆팀 팀장이 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더라”며 당사자는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결국 전해철 행정안전부장관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논란이 된 ‘시보떡’ 관행과 관련 “새내기 공무원에 부담과 상처가 된다면 과감히 개선해야할 것”이라면서 “행정안전부는 앞으로 이와 같은 불합리한 관행은 타파하고 합리적 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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