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6개월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양모 장모 씨가 학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무서운 사람’ 역할놀이를 한 것”이라는 해명을 늘어놨다. 양부 안모 씨는 “정인이를 사랑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이상주 부장판사) 심리로 지난 14일 열린 사건 결심공판에서 경찰은 양모 장 씨(34)에 살인 및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사형을 구형했다. 안 씨(36)에게는 아동학대 등 혐의로 징역 7년6개월을 구형했다.
이날 검찰 측은 두 사람에게 영상 증거 등을 제시하며 학대로 의심되는 정황에 대해 신문했다. 장 씨는 정인이를 폭행한 사실은 인정하면서 “평소 (정인이가) 밥을 잘 안 먹어 소리를 많이 지르고 몸도 때렸다. 특히 머리와 어깨, 배 등을 많이 때렸다”고 했다.
양손으로 정인이 손목만 잡은 채 들어올리거나 엘리베이터 손잡이에 앉히고 머리 손질을 하는 등의 행위에는 “기분이 안 좋거나 짜증나서 그런 것”이라고 진술했다.
자다 깬 정인이에게 “빨리 와”라고 다그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두고는 “제가 무서운 사람 역할을 하는 놀이를 하고 있었다”고 변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정인이 사망 당일에는) 스트레스가 누적된 데다 열심히 만든 음식을 아이가 먹지 않고 반항하는 것 같아 화가 났다. 손바닥으로 배를 때리고 아이를 들어올려 흔들다가 (실수로) 떨어뜨렸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양모 “의식 잃었는지 몰라” 양부 “아내 학대 몰라”
다만 살인 혐의는 완강히 부인했다. 그는 “아이를 일부러 바닥에 던지지 않았고, 발로 밟지도 않았다. 아이가 죽어도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때린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폭행 후 정인이가 의식을 잃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폭행 이후 아이가 반쯤 눈이 감긴 모습으로 졸려해 침대에 눕혔다. 의식을 잃었다고는 생각 못했다”고 했다.
아울러 ‘큰 딸은 때리지 않았는데 왜 차이를 뒀느냐’는 질문에는 “제 딸은 말귀를 잘 알아듣는다”고 답했다.
양부 안 씨는 이같은 아내의 학대 행위를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내가 소리지르고 화내는 건 알았지만, 때리는 건 정말 몰랐다”고 이야기했다.
안 씨는 아내와의 메신저 대화에서 정인이를 두고 “귀찮은 X”이라고 표현한 이유에 대해선 “입양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품에서 내려만 놓으면 우는 경우가 많아 지쳐있었다. 아내에게만 사적으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장 씨는 최후진술에서 “억울한 죽음을 맞은 딸에게 무릎꿇고 사과한다.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고 했다. 안 씨는 “염치없지만 정인이를 많이 사랑했다”며 “정인이 생각하면 평생 감옥에 살아야하지만 첫째 딸을 보며 어떻게 처신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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