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사표 檢간부들 “박범계표 조직개편, 교각살우…독립성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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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6월 1일 14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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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범 “검찰 개혁 일환으로 강조된 형사부 활성화, 검찰 전문역량 강화 기조 어긋나”
오인서 “불완전함과 비효율성을 내포한 채 시행 중인 수사구조 개편 법령”

검찰 고위 간부 인사와 조직개편 발표가 임박해 검찰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5월 28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로비.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검찰 고위 간부 인사와 조직개편 발표가 임박해 검찰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5월 28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로비.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검찰 인사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한 고검장급 고위 간부들이 1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추진 중인 검찰 조직개편안을 비판했다.

2019년 하반기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비리 수사를 지휘했던 배성범 법무연수원장은 이날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린 사직 인사에서 “최근의 조직개편안은 그동안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강조되어왔던 형사부 활성화, 검찰 전문 역량 강화 기조와 어긋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배 고검장은 “강력부, 조사부, 외사부 등 전문 수사 부서가 수십년 간 힘들여 축적해온 전문 수사 역량은 검찰뿐 아니라 우리 사법시스템과 국가 사회의 중요한 자산”이라며 “전문 수사부서들을 일거에 폐지하는 상황에서 검찰의 전문 역량을 강화한다고 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법무부의 조직개편안에 담긴 검찰 강력부와 반부패부, 공공수사부와 외사부 등을 통폐합하는 내용을 비판한 것이다.

배 고검장은 “조직범죄, 경제범죄, 국제 외사범죄는 더욱 대형화되고 정교해지는데, 검찰의 전문 수사 시스템은 오히려 위축되는 사법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전문 영역에서 경찰, 특별사법경찰관과의 신속한 공조나 협력체계 운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배 고검장은 서울중앙지검이 전담부에서만 6대 범죄 수사가 가능하고, 그 외 다른 지방검찰청의 경우 형사부 ‘말(末)부’에서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6대 범죄를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비판했다.

그는 “검찰총장이나 법무부 장관이 일일이 개별 사건의 수사 개시를 승인하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의구심을 야기하고, 일선 청과 검사들의 수사 자율성, 독립성을 심하게 손상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조국 수사 이후 자신이 사실상
서울중앙지검에 걸린 검찰기와 태극기.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서울중앙지검에 걸린 검찰기와 태극기.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좌천성 승진을 했던 것과 관련해선 “제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근무할 때나, 그 전후에도 많은 뛰어난 후배 검사님들이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한 사안의 수사, 공판에 임해야 하는 부담과 고통을 짊어졌다”면서 “자기 자리에서 주어진 사건에 최선을 다한 검사들이 특정 수사팀의 일원이었다는 이유로 인사 등에 부당한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 고검장은 “검찰 개혁이 단지 슬로건에 그치지 않고, 내외의 공감과 설득력을 갖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며 “검찰이 그동안 겪어온 신뢰의 위기와 국민들의 뼈아픈 질타에 대해서는 검찰 간부로서 깊은 책임을 느끼고 송구스런 마음이 앞선다”고 했다.

수원지검 수사팀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를 지휘했던 오인서 수원고검장도 이날 올린 사직인사에서 “과거의 업무상 잘못과 일탈, 시대에 뒤떨어진 법제와 조직문화 등을 개선하는데 누가 이의를 제기하겠느냐”면서도 “불완전함과 비효율성을 내포한 채 시행 중인 수사구조 개편 법령에 이어 일각에서 추가 개혁을 거론하는 현시점에서도 내부진단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처방에 교각살우 하는 요소는 없는지 살피고 또 살펴봐 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촉구했다.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전경.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전경.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오 고검장은 “사단과 라인은 실체가 불분명한 분열의 용어”라며 “안팎의 편 가르기는 냉소와 분노, 무기력을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오 고검장은 후배 검사들에게 “존경받는 어느 어르신이 그 비결을 묻는 사람들에게 평생 살아오며 근신한 3가지를 일러주었다고 한다. 3독(獨善, 獨占, 毒舌)을 피했다는 것”이라며 “말과 글이 부딪히고 불신과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이 세태에 외람되지만 저를 포함해 모두가 되새기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당부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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