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전용은 성차별이 아니다” 인권위에 쏟아진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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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7월 7일 10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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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충북 제천의 여성 전용 도서관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정 권고를 받아들여 지난 1일부터 남성에게도 도서 대출 서비스를 허용하기로 하자 이에 반대하는 청원이 제기됐다.

5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제천여성도서관의 남성 도서 서비스 중단·폐지를 요구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7일 오전 10시 기준 3만30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제천여성도서관이 일반 공용 도서관이 아닌 여성도서관으로 개관한 이유는 과거 여성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던 교육의 기회를 해소하기 위해 전 재산을 기부하신 고(故) 김학임 할머니의 설립 의지가 있기 때문”이라며 “(도서관 측이) 이러한 설립 의의는 모조리 무시한 채 남성 도서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또 “인권위는 여성의 안전한 공간을 단지 있지도 않은 차별이라며 빼앗고 남성에게 권리를 손에 쥐여 주는 일이 옳다고 생각하느냐”며 “진정을 넣은 남성들이 여성도서관밖에 갈 수 없어서 진정을 넣었다고 생각하는가. 정부는 더 이상 한국 남성의 징징거림을 받아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원인은 ▲제천 여성도서관의 남성 도서 서비스를 중단·폐지할 것 ▲제천시는 고 김학임 할머니의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기부금 11억 원과 손해배상을 포함한 모든 것을 돌려드릴 것 등을 요구했다.

제천여성도서관. 제천시청 홈페이지 갈무리
제천여성도서관. 제천시청 홈페이지 갈무리
앞서 제천여성도서관은 삯바느질로 평생을 산 고(故) 김학임 할머니가 ‘여성으로 살면서 느낀 교육 기회 차별을 해소해 달라’며 여성 교육기관 건립을 조건으로 11억 원 상당의 부지를 기증하면서 1994년 설립됐다.

이후 2011년 당시 20대 남성이 “공공도서관이 여성 전용으로 운영되는 것은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이듬해 이 주장을 받아들여 남성도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조치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제천시가 1층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북카페로 만들면서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이후 시가 북카페를 철거하고 한방쇼핑몰을 만들자 다시 유사한 진정이 인권위에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서관 측은 그간 “여성 전용 도서관 운영은 기증자 의사를 따르는 것으로 남녀차별 문제와 무관하다”며 “1.5㎞ 거리에 있는 다른 시립도서관을 이용할 수도 있다”고 해명해왔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그러나 인권위는 지난 5일 “남성을 배제한 ‘여성 전용’은 합리적 이유가 없다면 ‘성차별’에 해당한다”며 도서관에 시정 권고를 내렸다. 국유재산법에 따르면 기증자는 기부에 조건을 붙일 수 없어 유지에 효력이 없고, 공공도서관은 모든 시민을 위한 시설로 여성에게 특화된 운영이 요구되는 시설이라 보기 어렵다고 인권위는 판단했다.

결국 도서관 측은 인권위의 두 번째 권고를 일부 수용, 지난 1일부터 남성에게도 도서 대출 및 반납 서비스를 허용했다고 인권위 측에 회신했다.

그러자 인권위 공식 홈페이지 ‘자유토론’ 게시판에 인권위의 판단을 비판하는 글 100여 개가 올라오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증여자의 기부 목적과 설립 취지를 존중해 달라” “여성전용은 성차별이 아니다” “‘여성 혐오’는 무시한 채 ‘여성 전용’을 없애려 한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

인권위 홈페이지 자유토론 게시판 캡처
인권위 홈페이지 자유토론 게시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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