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든 탈레반, 기습 가정방문…월급 묻고는 ‘출근’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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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8월 19일 16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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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카불 거리 순찰 아프가니스탄 무장반군 탈레반 대원들이 16일(현지 시간) 수도 카불의 하미드카르자이 국제공항 앞을 지키고 있다. 카불=AP 뉴시스
탈레반, 카불 거리 순찰 아프가니스탄 무장반군 탈레반 대원들이 16일(현지 시간) 수도 카불의 하미드카르자이 국제공항 앞을 지키고 있다. 카불=AP 뉴시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반군 탈레반이 일반 가정집을 기습 방문해 ‘출근 명령’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의 폭정과 인권 유린 등의 우려로 주민들이 외출을 자제하자 경제 활동 재개를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하루 동안 수도 카불을 비롯해 남부와 북부 등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탈레반의 예고 없는 집 방문이 이어졌다.

중서부 도시 헤라트에 사는 와시마 씨(38·여)는 이날 오전 총기를 든 탈레반 대원 3명이 자신의 집을 방문해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매체에 전했다. 이들은 그녀의 직업과 월급 등 신상정보를 물은 뒤 출근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보복이 두렵다는 이유로 익명을 요청했다는 일부 주민은 탈레반에게 같은 지시를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일각에서는 탈레반의 이같은 행동을 두고 새로운 지도부에 대한 권위와 공포를 조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온건 통치’ 선언한 탈레반…아프간인들은 ‘회의적’
지난 13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항 공원에 있는 텐트 안에서 부르카를 입은 한 여성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카불=AP 뉴시스
지난 13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항 공원에 있는 텐트 안에서 부르카를 입은 한 여성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카불=AP 뉴시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지난 17일 카불 점령 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제를 회복하고 번영이 도래하도록 다른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겠다”라며 “여성 차별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프간인들은 탈레반이 주장하는 온건 통치에 회의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은 1996~2001년 집권기에 여학생의 등교를 막고, 여성들의 경제 활동 등을 엄격하게 통제했기 때문이다.

두 딸과 함께 탈레반의 뉴스 브리핑을 지켜봤다는 와시마 씨는 로이터 통신에 “탈레반은 여성들이 일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여성들은 다시 일할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아프간은 현재 외국 주둔군의 철수 뒤 소비지출 감소, 자국 통화의 가치 하락, 외화 부족으로 경제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카불은 탈출 행렬이 이어지는 공항 주변을 제외하고는 활동이 전반적으로 미미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디오 여성 진행자인 샤브남 대런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정권이 바뀌었으니 집에 가라’는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올리기도 했다. 또 지난 17일에는 한 여성이 부르카를 안 입고 거리에 나왔다가 탈레반의 총에 맞아 숨지는 일까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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