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 숨진 ‘씨랜드 참사’를 ‘괴담’ 소재로…MBC에 빗발친 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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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8월 27일 20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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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공
MBC 제공
MBC 예능프로그램 ‘심야괴담회’가 23명이 숨진 실제 화재사건을 괴담 소재로 활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청자들은 해당 방송이 유가족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며 항의하고 나섰다.

‘괴담’ 관련 이야기를 푸는 프로그램인 ‘심야괴담회’는 지난 19일 방송된 23회에서 1999년 발생한 ‘씨랜드 화재 사건’을 다뤘다. 씨랜드 참사는 경기도 화성에 있는 청소년 수련시설에서 불이 나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강사 4명 등 23명이 숨진 사건이다. 방송에선 사건 후 해당 폐건물 보존 임무를 맡은 의경이 의문의 소리를 들었다는 내용을 소재로 삼았다. 출연자들은 이 의문의 소리를 ‘사망한 아이들의 소리’로 추정했다.

해당 방송이 전파를 탄 후 시청자 게시판엔 ‘출처가 불분명한 괴담을 재미 삼아 보는 프로그램에서 실제 사건을 다룬다면, 이야깃거리로 전락한 피해자의 죽음과 고통에 유족들이 괴로워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게 예능 거리인가? 연출도 너무 폭력적이고 진짜 보기 불편하다’ 등 비판 글이 쏟아졌다.

‘심야괴담회’가 실제 사건을 ‘괴담’ 소재로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6일 방송된 24회에서는 1990년 서울 송파구 세모자 피살 사건을, 12일 22회에서는 연쇄살인범 유영철의 옆집에 살았던 여성의 사연을 활용했다.

논란이 커지자 ‘심야괴담회’ 임채원 프로듀서(PD)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 사고가 가진 사회적 의미를 환기하고자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임 PD는 “이 사건을 제보하신 분의 의도는 씨랜드 참사 이후 이야기되기만 했던 추모공원 설립이 서둘러 진행돼야 한다는 뜻이었다”며 “유가족들이 세운 한국어린이안전재단에 방송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고, 자료 요청도 했다. 해당 재단 활동을 안내하는 영상도 전파를 탔다”고 말했다. 다만 “시청자들의 비판 의견이 계속된다면 실화 사건을 다루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MBC 측은 “‘심야괴담회’ 제작진이 유가족 대표와 통화해 상황을 설명했고, 유가족 대표도 문제없이 이해하셨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가족 측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고석 씨랜드 참사 유가족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며칠 전 자료 요청에 응했는데 이런 식으로 사용될 줄은 몰랐다”며 “19명의 아이들이 참변을 당한 만큼 이 참사가 방송 소재로 사용된 점은 유가족 입장에서 가슴이 아프다”라고 했다. 이어 “당시 현장을 지키던 분의 제보로 인한 것이긴 하지만 내용 중에 과장된 것이 많다. 그 주변에서 일어난 사고가 아이들을 위한 굿을 해주지 않아서라든가 하는 부분은 조금 안타깝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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