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담임 교사가 제자를 반 친구들 앞에서 따돌리고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등 정서적인 아동학대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4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A 군이 갑자기 소변을 못 가리고 악몽을 꾸게 됐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부모는 등교하는 아이의 옷에 녹음기를 몰래 넣어 보냈다.
돌아온 녹음기 안에는 충격적인 담임 교사의 음성이 녹음되어 있었다. 담임 교사 B 씨가 아이에게 반복적으로 면박을 준 것이다.
녹음된 음성에 따르면 이 교사는 아이에게 “넌 거짓말쟁이야. 거짓말쟁이, 나쁜 어린이. 나쁜 어린이에서 이제 최고 나쁜 어린이로 변하고 있네”라고 말했다.
교실을 옮겨 수업하는 이동수업 때는 빈 교실에 아이를 혼자 남겨 두기도 했다.
교사 B 씨는 “스포츠실 갈 거예요. A 야, 선생님은 수업하러 갈게. 알아서 해. 선생님 몰라”라고 했다. 아이는 이날 수차례 울며 교실을 뛰쳐나갔다 돌아와 다시 혼나길 반복했다.
또 반 친구들 앞에서 교사는 “자, 여러분들 3개월 동안 297번 거짓말하면 거짓말쟁이 아니에요? 수업도 안 했고요. 받아쓰기 아예 보지도 않았고요”라고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기도 했다.
부모에 따르면 아이는 평소 정서적으로 불안했지만, 학교에 잘 적응했다. 하지만 3학년이 된 뒤 두 달쯤부터 갑자기 소변을 못 가리고 악몽을 꿨다고 한다.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이에게 뭔가 물어보려고 하면 ‘잘못했어요 안 그럴게요’라고 무조건 사과를 했다”라며 ‘정서적인 아동학대’라고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학교 측은 ‘허락 없이 수업을 녹음한 것은 교권 침해’라는 교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담임만 교체했을 뿐 아무런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교사 B 씨는 “전부터 아이가 뛰쳐나가고 큰 소리로 울어 다른 학생들의 수업을 자주 방해했다”라며 “성심성의껏 아이를 지도해왔고 의도적으로 상처를 주려던 건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부모는 “다수의 친구들 앞에서 아이를 인격적으로 모독한 일에 대해서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괴롭다”라며 “아동학대 녹취는 판례에 따라 합법인데 가해 교원이 피해 교원이 돼버렸다”라고 전했다.
이어 “피해자인 저희가 전학을 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다시 학교에서 밝게 웃고 잃어버린 자존감을 찾을 수 있도록 해달라”라고 호소했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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