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당시 불법사찰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징역 1년이 확정됐다. 국정농단을 방조한 혐의는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6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우 전 수석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익정보국장과 공모해 추 전 국장의 직권을 남용, 국정원 직원들에게 청와대 특별감찰관과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의 정보를 수집·보고하도록 했다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소사실만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우 전 수석은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최서원 씨(개명 전 최순실)의 비리행위를 인지하고도 감찰하지 않고, 오히려 은폐에 가담하는 등 국정농단 사태를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추 전 국장에게 김진선 전 평창올림픽조직위원장의 동향 파악을 지시하는 등 불법사찰에 관여한 혐의를 받았다. 추 전 국장에게 자신을 감찰 중인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을 뒷조사해 보고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도 있다.
1심에서 국정농단 방조 혐의는 징역 2년6개월, 불법사찰 혐의는 징역 1년6개월, 총 4년을 선고 받았다.
2심은 두 사건을 병합해 심리했고, 불법사찰 혐의 중 일부만 인정해 징역 1년으로 감형했다.
2심은 국정농단 방조 혐의에 대해 “최 씨 등의 비위 행위 감찰은 민정수석으로서 피고인 행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보인다”며 “당사자인 대통령이 별도 지시를 않는 이상 적극 감찰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봤다.
김진선 전 위원장 사찰 혐의에 관해선 “추 전 국장의 권한을 남용하게 한 것”이라며 1심 무죄 판단과 달리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 전 특별감찰관의 감찰을 방해한 혐의는 “감찰 요건이나 절차의 적법성 등에 의문을 갖고 한 정당한 방어권 행사 등으로 볼 수 있을 뿐”이라며 “직무수행의 공정성·적정성을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 판결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CJ E&M을 고발하라고 압력을 행사한 혐의 역시 “당시 민정비서관이던 우 전 수석의 일반적 직무 권한에 속하고, 직권 행사의 동기 내지 목적이 부당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판단했다.
문화체육관광부 특정 공무원에게 좌천성 인사 조치를 내리도록 압박한 혐의와 관련해서도 “우 전 수석의 독단 결정이 아닌 인사권자인 대통령 지시에 의한 것으로 표적 감찰로 보기 어렵다”고 1심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국정감사 불출석 관련 혐의는 적법한 출석 요구가 전제되지 않았다며 1심 유죄 판단을 뒤집었고,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는 “적법한 고발로 볼 수 없다”고 1심과 같이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진보성향 교육감, 정부 산하 과학 단체 회원,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등 사찰 혐의, 문체부 간부 8명 세평 수집 혐의는 모두 무죄 판결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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