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제안한 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이틀 연속 남북관계 회복에 대한 담화를 낸 것과 관련해 “김여정 담화의 핵심은 남북 간 ‘상호 존중’ 합의를 이끌어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고착시키려는데 목적이 있다”고 봤다.
북한 고위급 외교관 출신인 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여정이 연속 이틀째 담화를 발표하면서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발표 흐름을 북한에 유리한 쪽으로 이끌어가려 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분석했다.
태 의원은 “지난 이틀 동안의 김여정 담화에서 핵심은 종전선언을 통해 ‘상호 존중’ 원칙에 합의하자는 것”이라며 “남북이 현 시점에서 종전선언을 통해 ‘상호 존중’ 원칙에 합의한다면 북한은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에 기초하고 있는 남한의 안보 구조를 존중해주는 대가로 핵 무력에 기초한 북한의 안보 구조를 ‘존중’해 줄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이어 “종전선언은 말 그대로 전쟁을 포기하고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정치적 선언이며 당연히 상호 존중 원칙이 핵심”이라며 “이 점은 국제정치에서도 공인된 원칙이다. 그러나 한반도의 현 안보 구조에서 한국이 북한과 ‘상호 존중’ 원칙에 합의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했다.
태 의원은 “한국이 핵 무력에 기초한 북한의 안보 구조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한국의 안보 구조만 인정하는 정치적 선언을 체결하자고 하면 북한은 필경 ‘상호 존중’ 원칙이 들어가야 한다고 들고 나올 것”이라며 “종전선언을 통해 ‘상호 존중’ 원칙에 합의하는 순간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주는 결과가 생긴다”고 썼다.
그러면서 “종전선언을 통해 남북이 ‘상호 존중’ 원칙에 합의하면 한미는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할 명분을 잃게 된다”며 “김여정 담화의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 핵에 기초한 북한의 안보 구조와 한미동맹에 기초한 남한의 안보 구조를 종전선언을 통해 고착시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태 의원은 “지금 본인은 국민의힘 당대표단 일원으로 미국을 방문하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만난 백악관, 국무부, 의회, 싱크 탱크 사람들은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집착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김여정 담화 중 보고 싶은 부분만 과대 해석하여 북한이 바라는 종전선언의 함정에 빠진다면 스스로 북한의 핵 인질이 되는 ‘종속선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김 부부장은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 이틀 만인 24일 “종전선언은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면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가 종전선언의 “선결 조건”이라고 했다. 25일에는 “공정성과 존중의 자세가 유지된다면 남북 정상회담도 건설적 논의를 거쳐 의의 있게, 보기 좋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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