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고 과도정부를 선포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의 지도부가 대원들의 기강 해이를 지적하며 ‘셀카 금지’를 경고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아프간 수도 카불에 입성한 탈레반 대원들은 ‘지나치게’ 승리를 만끽했고 이는 탈레반 지도부의 심기를 건드렸다.
매체는 “탈레반 대원들은 카불에 입성한 이후 너무 즐겁게 지내고 있어, 지도부가 자중하라는 엄중한 명령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이어 “탈레반 대원들의 기강 해이는 심각한 수준으로 카불의 놀이공원, 동물원 등으로 관광을 다니며 셀카를 찍어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올리는 것이 대표적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대도시에 가본 적 없던 탈레반 청년 대원 수천 명이 카불에 배치됐으며 다른 지역 대원들도 카불로 관광을 오고 있다”라고 전했다.
앞서 SNS에는 탈레반 대원들이 중화기로 무장한 채 아프간의 유명 호수에서 오리보트를 타거나 놀이공원에서 범퍼카를 타는 등 다양한 곳에서 관광을 하는 모습들이 공개되기도 했다.
사진을 접한 누리꾼들은 “아프간 시민들은 음악도 못 듣게 하면서 정작 탈레반은 놀러 다닌다”, “아름다운 호수를 탈레반이 다 망쳤다”라며 비판했다.
이에 모하마드 야쿠브 탈레반 과도정부 국방장관은 “순교자들의 피로 만들어진 우리의 지위가 손상되고 있다”라며 “이런 식으로 행동하다간 이슬람 체제를 잃게 될 것이다. 대원들은 할당된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원들이 지도자들과 마주칠 때마다 셀카를 찍고 SNS에 올려 동선이 노출된다”라며 자제를 권고했다.
또 카불 시내에서 빈번하게 벌어지는 탈레반 대원들의 과속 운전과 선글라스와 하이탑 스니커즈 등 이슬람 율법에 맞지 않는 옷차림에 대해서도 “괴뢰정권과 군벌들이나 하는 짓”이라며 금지했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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