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운행 중 객실 안내 방송으로 가족의 데이트 폭력 피해 사실을 호소한 기관사가 다음날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5일 서울교통공사는 서울 지하철 4호선을 운행하며 가족의 데이트 폭력 피해 사실을 객실 안내 방송으로 알린 기관사 A 차장을 방송 다음 날인 지난달 17일부터 업무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공사 측은 징계 목적은 아니며 A 차장의 심신 안정을 위해 실무와 분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사 측은 향후 기관사들이 안내방송에서 사적인 이야기를 하지 못하도록 사규를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며 A 차장에 대해서는 감사를 통해 징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A 차장은 현재 사내에서 업무 관련 교육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차장은 지난달 16일 객실 안내 방송을 통해 “가족이 얼마 전 데이트 폭력으로 사망했는데 국민청원을 올렸으니 관심 부탁드린다”라며 “불편하시겠지만 이렇게밖에 알릴 방법이 없다.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당시 객실에 있던 한 시민이 이 방송을 듣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방송 내용을 전하며 사연은 널리 알려졌다. 이후 A 차장이 7월 마포구에서 남자친구 B 씨에게 폭행당해 숨진 황 모 씨의 유족인 것이 밝혀졌다.
유족 측은 8월 2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딸의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을 올려 가해자 B 씨의 구속수사와 신상 공개를 청구했고 53만여 명의 동의를 얻어 정부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17일 황 씨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B 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B 씨는 6일 구속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재판에 넘겨질 전망이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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