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4·서울시청)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동료 비하와 고의 충돌 논란에 이어 불법 도청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당시 선수들의 도청이 비일비재했다”는 빙상계 내부의 주장이 나왔다.
빙상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빙상인 A 씨는 14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과의 인터뷰에서 “심석희의 도청 의혹이 그렇게 새롭지 않다”며 “(올림픽) 당시 선수들과 코치 사이에 믿음이 크지 않았다. 심석희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녹취를 한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진행자가 ‘근거가 있냐’고 묻자 A 씨는 “제가 직접 목격도 했고 듣기도 했다”며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긴 어렵지만 선수들 간, 지도자들 간 믿음이 별로 없었다. 조재범 코치와 다른 선수들끼리의 단톡방도 있었다. 믿음이 없으니 선수들 사이에서 계속 녹취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했다.
앞서 심석희는 2018년 2월 쇼트트랙 여자 개인 1000m 예선을 마친 직후 C모 코치와 나눈 대화에서 “최민정이 감독한테 뭐라고 지껄이나 들으려고 라커룸에 있다”면서 “녹음해야지”라고 말했다. 여자 3000m 계주 결선 출전을 앞두고는 코치에게 “핸드폰 녹음기 켜놓고 라커룸에 둘 테니 말조심하고 문자로 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녹음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러 의혹을 받는 상황에서 또 한 번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A 씨는 국가대표들끼리 서로 도청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파벌’ 문제를 꼽았다. 그는 “지금은 없어졌지만 당시만 해도 소위 ‘한체대(한국체육대) 라인’의 힘이 굉장히 강했을 때”라며 “한체대 라인과 비(非)한체대 라인 간 사이가 좋지 않아 본인들이 피해를 받을까 봐 몰래 녹음한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코치와 선수 간 단체 대화방이 있다는 걸 선수들이 모를 리는 없다”며 “그러다 보니까 단체방에 속하지 않은 선수들은 괜히 내가 경기나 훈련에서 피해를 보고 안 좋게 공격을 당할까 봐 녹취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A 씨는 심석희 선수가 최민정 선수와 일부러 충돌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심석희 선수와 C 코치가 최민정을 두고 ‘브래드버리 만들자’고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에 대해 A 씨는 “그런 문자가 나왔기 때문에 고의 충돌 의심이 가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쇼트트랙 종목 특성상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짧은 순간에 여러 가지 판단을 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 그런 상황에서 고의 충돌까지 생각하기는 힘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끝으로 A 씨는 “우선 (심석희) 선수도 고의 충돌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대화를 한 지도자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도자는 심석희 선수만의 개인 코치가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한 팀을 이끌고 올림픽 무대에 섰는데 같은 팀 선수와 지도자를 비방하는 데 동조한다는 것 자체가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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