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한다는 이유로 자신을 길러준 친할머니를 잔혹하게 살해하고, 이를 방조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10대 형제가 첫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당시 이들은 할아버지에게도 패륜적인 말을 하며 목숨을 위협한 사실이 드러났다.
28일 대구지법 서부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정일)는 친할머니(77)를 살해하고 친할아버지(92)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존속살해·존속살해미수)로 기소된 형 A 군(18)과 형의 범행을 도운 혐의(존속살해방조)를 받는 동생 B 군(16)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에 따르면 형 A 군은 지난 8월 말 할머니로부터 잔소리를 들은 뒤 동생 B 군에게 ‘할머니를 죽이자’고 권유했다. 할머니를 흉기로 60여 차례 찔러 살해한 A 군은 할아버지를 향해 “할머니도 간 것 같은데 할아버지도 같이 갈래”라고 위협했다.
할아버지가 “일단 할머니 병원부터 보내자”고 애원하자 A 군은 “할머니 이미 갔는데 뭐 하러 병원에 보내냐. 할아버지도 따라가셔야지”라며 흉기를 들이댔다. 하지만 B 군이 “할아버지는 죽이지 말자”며 만류하자 범행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B 군도 형이 할머니를 살해할 당시 “칼로 찌를 때 (할머니의 비명) 소리가 시끄럽게 나니 창문을 닫으라”는 형의 지시에 따라 창문을 닫는 등 A 군의 범행을 도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첫 공판 전 두 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했다. 그러나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A 군은 ‘사건 때문에 웹툰을 못 봐 아쉽다’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우리나라 법 제도를 이용해 감옥 생활을 반복하기로 했다’고 진술하는 등 재범 우려가 있다”며 재판부에 전자장치 부착과 보호관찰 명령을 청구했다.
형제 변호인 측은 검찰의 공소 사실을 대부분 인정하는 한편 “일부 공소 사실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면서 검찰이 요청한 전자장치 부착 명령은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 형제의 할머니 C 씨는 지난 2012년 A 군과 B 군이 각각 9세, 7세일 때부터 올해까지 약 9년간 이들을 길러왔다. 형제는 평소 “휴대폰 게임을 너무 많이 한다” “왜 너희가 급식카드를 갖고 편의점에서 직접 먹을 것을 사지 않느냐” “20살이 되면 집을 나가라”는 잔소리에 격분해 할머니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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