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을 ‘따뜻한 나라 출신’이라고 표현한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을 두고 미국 워싱턴에서 논란이 일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3일 전했다.
교황의 고향인 아르헨티나 남부 지역은 남극과 가까워 혹한이 찾아올 정도이고, 스키장도 곳곳에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을 수행 중인 박경미 대변인은 전날 KBS 라디오에서 “교황님이 아르헨티나 따뜻한 나라 출신이기 때문에 겨울에는 움직이기 어렵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내년 2월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교황의 방북이 가능할지 묻는 질문에 “여러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예단하기 어렵다”며 한 답변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교황님께서 기회가 돼 북한을 방문해주신다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요청했다. 이에 교황은 “초청장을 보내주면 여러분들을 도와주기 위해, 평화를 위해 나는 기꺼이 가겠다”고 답했다고 박 대변인이 전한 바 있다.
VOA는 “아르헨티나는 박 대변인의 묘사처럼 항상 ‘따뜻한’ 나라가 아니라 일부 지역은 혹한 피해를 입을 정도로 기온이 떨어진다”며 실제로 아르헨티나의 관광도시 바릴로체에 있는 파타고니아 스키 리조트에서는 지난 2017년 7월 영하 25.4도를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미국의 북한인권위원회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아르헨티나에 스키장이 있다는 것을 아느냐”고 반문했다.
VOA는 “교황의 방북을 가로막는 요인은 이처럼 ‘날씨’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게 워싱턴의 중평”이라며 “(북한으로선)인권 비판을 촉발할 뇌관이 될 수 있는 교황의 행차에 선뜻 문을 열기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고 근본적 원인을 해석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교황이 방북해 인권 관련 성명이라도 낼 경우 정통성이 위협받게 될 김정은이 교황을 초청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왜 교황 방문을 그토록 최우선 과제로 삼는지, 어떻게 그것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찰스 암스트롱 전 컬럼비아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는 “교황의 방북이 한국과 미국의 여론에는 영향을 미치겠지만, 북한, 특히 김정은과 지도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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