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사망한 가운데 유족들은 24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빈소에서 이틀째 조문을 받고 있지만 전날에 이어 이날도 정치권의 발길은 뜸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공식적으로 조문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도 조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조문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과거 고인과 함께했던 제5공화국 당시 인사들은 전날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최측근이자 5공화국 2인자로도 불렸던 장세동 전 안기부장은 빈소에 오래도록 머물렀고, 신윤희 전 육군헌병감, 박희도 전 육군참모총장, 김진영 전 육군참모총장 등도 빈소를 찾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 강창희 전 국회의장, 이준석 대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은 근조 화환을 보냈다.
이는 끝내 12·12 군사 쿠데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에 대한 사죄 없이 떠난 고인에 대한 싸늘한 여론이 반영된 것이다. 현재 부인 이순자 씨를 비롯한 유족이 빈소를 지키는 가운데 미국에 체류 중이던 삼남 전재만 씨가 이날 귀국하면 3남 1녀 모두 빈소를 지킬 예정이다.
이런 와중에 전날 근조 화환을 보냈던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9시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반 전 총장은 “전두환의 여러 가지 공과에 대해서는 역사가 평가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간 모두는 명암이 있다. 전두환의 경우에는 특히 과오가 많은데, 과오는 역사가 평가할 것이고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많은 교훈을 받게 되리라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광주민주항쟁 희생자에 대한 사과할 기회를 만들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저는 이달 초 5·18 국립민주묘지에서 참배했다. 얼마나 많은 광주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서 희생했는지 경의를 표하고 참배를 했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하셨던 분이고 (제가) 공직에 있으면서 직간접적으로 뵌 일이 자주 있다. 이를 계기로 역사의 불행한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조언을 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 문상을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노태우 전 대통령처럼 마지막에 용서를 빌고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개인의, 시민의 한 사람으로, 전직 유엔사무총장으로, 대한민국의 한 시민으로 조문을 왔다”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전두환 정권 시절 미국에 망명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 동향 보고서를 수집했던 사실이 나중에 외교문서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귀국 이후에도 전 전 대통령에게 전화로 귀국 인사를 전하는 등 관계를 유지해왔다.
한편, 전 전 대통령의 장례는 5일간의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입관식은 25일 오전 10시 불교식으로 치러질 예정이며, 발인은 27일 오전 8시다. 내란죄 등으로 실형을 받았기 때문에 국립묘지에는 안장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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