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 변이 이름을 지으면서 중국 눈치를 봤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6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 뉴욕포스트 등 복수의 외신은 WHO가 최근 아프리카 남부에서 보고된 코로나19 새 변이(B.1.1.529)를 ‘오미크론(Omicron)’이라 명명한 것을 두고 온라인에서 각종 추측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WHO는 그동안 코로나19 변이 보고 국가에 대한 낙인 효과를 막기 위해 바이러스의 이름을 그리스 알파벳순으로 붙여왔다. 이 같은 원칙에 따라 지금까지 발견된 12개의 변이는 ‘알파(Alpha)’에서부터 ‘뮤(Mu)’까지 순서대로 이름을 부여받았다.
그런데 지난 24일 WHO에 처음 보고된 13번째 바이러스의 이름은 15번째 글자인 ‘오미크론’으로 정해졌다. 13번째 ‘뉴(Nu)’와 14번째 ‘크시(Xi)’를 건너뛴 것. 이를 두고 ‘크시’가 영어권 국가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이름을 표기할 때 쓰는 ‘Xi’와 철자가 같아 WHO가 일부러 피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는 트위터를 통해 “WHO가 이처럼 중국 공산당을 두려워한다면, 중국이 치명적인 전염병을 은폐하려 할 때 그들을 불러낼 것이라고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조지워싱턴대의 법대 교수 조나선 털리는 트위터에 “WHO가 중국 정부와의 불편함을 또 다시 피하려고 하는 것 같아 보여 우려된다”고 글을 남겼다.
하버드 의대 감염병 학자 마틴 컬도프도 트위터에 그리스 알파벳 그림을 올리면서 “WHO는 알파벳을 건너뛰어 ‘오미크론’으로 부르면서 결국 ‘Xi’를 피할 수 있었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마거릿 해리스 WHO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뉴(Nu)’는 새로운(new)이라는 말과 쉽게 혼동될 수 있고, ‘크시(Xi)’는 많이 쓰는 성(姓)이기 때문에 과거에도 사용되지 않았다”면서 “WHO는 문화·사회·국가·지역·직업·인종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이름은 피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꼭 시 주석 때문이 아니라 ‘시’라는 성을 쓰는 모든 사람을 고려했다는 뜻이다.
한편 지난 9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처음 발견된 오미크론은 홍콩, 이스라엘에 이어 벨기에,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도 잇따라 감염자가 확인됐다.
WHO는 오미크론을 우려 변이로 지정했다. 현재 우려 변이는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오미크론 5개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훨씬 강하고 백신 회피 능력이 뛰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오미크론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28일 0시부터 남아공 등 8개국을 방역강화국가·위험국가·격리면제 제외국가로 지정했다. 검역조치가 강화되는 국가는 남아공, 보츠와나, 짐바브웨, 나미비아, 레소토, 에스와티니, 모잠비크, 말라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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