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피해 신고로 신변 보호를 받던 3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김병찬(35)이 29일 검찰로 넘겨지면서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는 ‘마스크를 벗어줄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요청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이날 오전 8시 김병찬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보복 살인 및 보복 협박, 스토킹범죄법 위반, 상해, 주거 침입, 특수 협박, 협박, 특수 감금 등 8개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서울남대문경찰서 유치장을 나온 김병찬은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김병찬은 호송차를 타기 전 취재진 앞에 서서 ‘혹시 마스크를 벗어주실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거부했다.
고개를 숙인 김병찬은 눈을 감고 ‘살인 동기는 혹시 뭔가?’, ‘접근 금지 받으셨는데 왜 살인하셨나’, ‘계획 살인을 인정하시나?’ 등의 질문에 “죄송하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혹시 피해자나 유족에게 하실 말씀 없으시나’라는 질문에는 “정말정말 죄송하다”고 강조해 말했다. ‘반성하시나?’라는 물음엔 “네”라고 짧게 답한 뒤 “죄송하다”고 했다.
김병찬은 이달 19일 오전 11시 33분 서울 중구 저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자신이 스토킹하던 3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병찬은 범행 하루 전 서울로 상경해 중구의 한 마트에서 흉기를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병찬은 범행 당일 피해자의 차량을 오피스텔 주차장에서 확인하고, 피해자의 집 앞 복도에서 피해자를 기다리다가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자는 ‘김병찬으로부터 스토킹 등 괴롭힘을 당했다’면서 지난해 12월부터 총 6차례 경찰에 신고했다. 이달 7일에는 신변보호 대상자로 지정됐다.
김병찬은 범행 직후 도주했다. 하지만 범행 하루 만인 이달 20일 대구에 있는 한 숙박업소에서 긴급 체포됐다.
김병찬은 “범행이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달 24일 김병찬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범죄예방 효과 등 공공의 이익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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