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정부시의 한 대학병원에서 일하던 새내기 간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일명 ‘태움(병원 내 집단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남자친구의 증언이 공개됐다.
27일 YTN은 병원 기숙사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A 씨(23)가 마지막으로 통화를 나눈 남자친구 B 씨의 증언을 보도했다.
B 씨는 “A 씨는 반복되는 야간·밤샘 근무에 시달리며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해 날이 갈수록 야위어갔다”며 “퇴근해보겠다고 얘길 했는데 ‘너 같은 애는 필요 없으니까 꺼져라’라며 다 보고 있는 앞에서 혼냈다. 한 번은 볼펜을 던져서 본인 얼굴에 맞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B 씨가 공개한 A 씨와의 메시지에는 “퇴근을 계속 새벽 1시에 했다”, “퇴근하고 밥 먹으려니 속이 다 뒤집어진 채로 계속 토하고 먹은 것도 없어 아무것도 안 나온다”, “새벽 내내 토하다가 아침 되니까 기력이 딸려서 머리가 아프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근무가 끝나면 늘 울면서 전화가 오는 A 씨에게 B 씨는 “그만둬라. 우울증 치료도 받자”고 여러 차례 권유했다. 하지만 직업에 대한 열망이 강했던 A 씨는 경력 1년을 채우고자 했다. 또 우울증 진료 기록이 남으면 훗날 업무상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진료도 받지 못했다.
이후 유일한 대안이었던 병동 이동조차 무산되자 A 씨는 퇴사를 결심했다. 그러나 “60일 뒤에 퇴사가 된다”는 상사의 말에 A 씨는 “너무 다니기 싫다, 그냥 죽고 싶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B 씨는 “(A 씨와) 통화 중 쿵 소리가 나더니 대답이 없었다. 동기에게 확인해달라고 연락을 남겼고, 동기는 정확히 몇 호에 사는지 몰라 문을 두드리다가 (소리가 나서) 여기라고…”라며 A 씨와 마지막 통화를 할 당시 상황을 전했다.
B 씨는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내몬 것은 병원 측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A 씨를 위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병원 측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는 일이다”라며 “경찰 수사와 진상조사 결과를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A 씨는 지난 16일 병원 기숙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올해 2월 대학을 졸업한 A 씨가 취업한 지 9개월 만이었다.
유족 측은 직장 내 괴롭힘, 과도한 업무 등이 A 씨의 사망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23일 병동 간호부서 등 병원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강력팀에 배당하고 ‘태움’ 의혹, 업무 과중 등에 대해 전방위적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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